미국이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최근 도발을 자제해왔던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추가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한다면 한반도 긴장 수위는 재차 고조될 전망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월 미국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을 보이자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을 마구 걸고 드는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가를 통절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적 태도의 표현”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북한은 이번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빌미로 핵·미사일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21일 통화에서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핵 능력 고도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무력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도발 시기에 대해선 “기술적 요인이 큰 변수”라며 “ICBM 발사에 성공할 것이라고 판단하면 도발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60여 일간 잠잠한 모습이었지만 미사일 관련 활동은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미사일 연구시설에서 차량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엔진 실험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연내 대미 위협을 제고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내년 2월 개최되는 강원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의 참여를 매개로 향후 대화 기회를 모색하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혀왔으나 이번 조치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방향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평창 올림픽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