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원인, 기상청은 '침묵' 지자연은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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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지난 16일 기상청에는 기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전날 발생한 포항 지진(규모 5.4)에 대한 1차 분석 결과가 나왔는지 묻는 전화들이었다. 지난해 9월 역대 최대 강진(强震)이었던 경주 지진(규모 5.8)이 일어난 지 1년2개월 만에 또다시 강진이 발생한 만큼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은 그 원인에 쏠렸다.
그러나 이날 기상청은 포항 지진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내지 않았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는 단 하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 학계와 포항 지진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서겠다’는 내용뿐이었다. 결국 지진 원인에 대한 기상청의 공식 입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기상청은 전날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주 지진, 동일본 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지진의 원인이 작년 경주 지진을 일으킨 단층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단층에서 발생한 것인지 궁금했으나 “기상청 발표대로 시간이 필요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상청과 함께 공동조사에 나설 것이라던 지자연에서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지자연은 이번 지진이 기존에 보고된 적 없는 ‘무명(無名)’ 단층대를 따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사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기상청의 설명과는 다른 분석이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누구 말이 맞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경주 지진도 아직까지 어떤 단층에서 발생했는지를 두고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며 “양산단층대엔 무수히 많은 무명 단층이 있어 그렇게 추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지진의 정확한 원인 분석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발생한 두 기관의 ‘엇박자’를 보면서 현재 기상청으로 일원화돼 있는 기상·지진 관련 소통 창구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지진관측법상 기상청이 아닌 기관이 지진 관련 발표나 브리핑을 하려면 기상청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런 탓에 기상청 외 다른 기관들은 무언가를 파악하고도 ‘입조심하는’ 기상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자연 등 다른 기관도 기상청장의 승인 없이 지진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지진관측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박상용 지식사회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그러나 이날 기상청은 포항 지진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내지 않았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는 단 하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 학계와 포항 지진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현장 조사에 나서겠다’는 내용뿐이었다. 결국 지진 원인에 대한 기상청의 공식 입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기상청은 전날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의 지류인 장사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주 지진, 동일본 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선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지진의 원인이 작년 경주 지진을 일으킨 단층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단층에서 발생한 것인지 궁금했으나 “기상청 발표대로 시간이 필요하겠거니” 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기상청과 함께 공동조사에 나설 것이라던 지자연에서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지자연은 이번 지진이 기존에 보고된 적 없는 ‘무명(無名)’ 단층대를 따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사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기상청의 설명과는 다른 분석이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누구 말이 맞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경주 지진도 아직까지 어떤 단층에서 발생했는지를 두고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며 “양산단층대엔 무수히 많은 무명 단층이 있어 그렇게 추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지진의 정확한 원인 분석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발생한 두 기관의 ‘엇박자’를 보면서 현재 기상청으로 일원화돼 있는 기상·지진 관련 소통 창구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지진관측법상 기상청이 아닌 기관이 지진 관련 발표나 브리핑을 하려면 기상청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런 탓에 기상청 외 다른 기관들은 무언가를 파악하고도 ‘입조심하는’ 기상청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자연 등 다른 기관도 기상청장의 승인 없이 지진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지진관측법 개정안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박상용 지식사회부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