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엔진, 포터블파워사업부 등을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작년 5월 이후 계열사 매각이 없던 두산그룹이 또다시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불확실한 미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부채를 줄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으로 번 돈의 상당수가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는 불안한 재무구조가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빚을 크게 줄여야 영업 현금흐름도 좋아지고 신용등급이 올라가 자금조달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두산그룹의 차입금은 11조원이고 부채비율은 272.1%다. 차입금 이자비용만 연간 5700억원에 달한다. 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9000억~1조원)의 절반 이상이 대출 이자로 나가는 셈이다. 대출 이자보다 영업이익을 통해 번 돈이 2~3배(이자보상배율) 이상인 다른 대기업과 달리 두산은 1.8배 수준이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난 몇 년간 그룹 현금창출 능력이 상당히 약해졌다”며 “무엇보다 재무건전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4년부터 작년 5월까지 KFC, 두산동아, 공작기계사업부, 두산DST,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한 두산그룹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맨 배경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15~16일 공시를 통해 선박엔진 제조업체 두산엔진과 두산밥캣 내 비(非)건설기계 부문인 포터블파워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두산인프라코어(59.3%)와 두산엔진(10.6%)이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중 경영권을 제외한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매각 시 손실이 나지 않으려면 두산밥캣 주가가 4만6000원을 웃돌아야 한다.

정부의 ‘탈(脫)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받은 두산중공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임원 감축과 조직 통폐합 등도 검토 중이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원전과 석탄화력사업의 국내 시장이 축소되면 실적 하락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계열사 매각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자 유치와 자산 유동화 작업도 한창이다. 그룹 계열사들이 2020년 입주할 분당 신사옥 등 어떠한 자산도 예외 없이 부채를 줄이는 데 활용되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A-’, 두산인프라코어(BBB)와 두산엔진(BBB+)의 신용도는 ‘BBB’급이다. 두산건설은 투기등급인 ‘BB+’다. 두산의 경우 지난달 공모시장에서 회사채 1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나은 여건이다. 하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빚을 갚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차입금을 3조~4조원가량 줄여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김익환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