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크로노스 마크 에인·애런 에인 형제 CEO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화의 시간을 관장하는 신이다. 세계 최초로 자동식 출퇴근 시간기록계를 개발한 크로노스(Kronos)가 이 신의 이름에서 사명을 따온 것이 이상할 게 없다. 1977년 타임클락(Time Clock) 제조사로 시작한 크로노스는 인력관리·인적자원관리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마크 에인, 애런 에인 형제의 혁신 경영이 40년의 시간을 크로노스의 편으로 만든 덕분이다.

◆형제 경영이 이룬 성과

[Global CEO & Issue focus] 크로노스 마크 에인·애런 에인 형제 CEO
에인 형제는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자영업을 하던 아버지와 여학생이 드물던 시절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조기 졸업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자연스레 기업가정신을 길렀다.

맏이인 형 마크는 네 명의 동생을 돌보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고교시절 레슬링팀에서 활동했으며 수학팀 리더도 맡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에서 창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이후 로체스터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으며 마케팅 전문성을 키웠다.

그는 디지털이퀴프먼트(DEC)를 비롯해 여러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쳐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포기해야 하는 것에 화가 났다.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창업 아이템을 찾아 나선 이유였다. 기술회사 대상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던 중 기계식 타임클락에 눈길이 꽂혔다. 그는 “종업원의 근무시간 기록을 좀 더 간편하게 만들자”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집어넣은 자동식 타임클락으로 구현해냈다.

그가 CEO를 맡았던 1977년부터 2005년까지 크로노스는 소프트웨어업계 최장 기록인 100분기 연속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아직 깨지 못한 기록이다. 그 덕분에 인력관리 시장 선두주자로서 명성을 쌓았다. 그는 2005년 동생에게 CEO 자리를 물려준 뒤 이사회 멤버로 남아있다.

동생인 애런 에인 CEO는 1979년 해밀턴칼리지에서 경제학과 행정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크로노스에 합류했다. 화장실 청소부터 전화 응대, 제품 설치 등 회사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형이 크로노스 성장의 기틀을 다졌다면 동생은 클라우드, 분석툴,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인력관리 방식을 혁신하며 한 단계 도약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형제 중 넷째인 애런 에인 CEO는 어렸을 때부터 골목대장을 맡아 온 타고난 리더였다. 그런 그도 CEO를 처음 맡았을 땐 ‘더 이상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CEO를 맡은 지 6개월이 지났을 때쯤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애런, 넌 CEO야. 결정을 내려야만 해. CEO처럼 행동하자.”

◆과감한 투자… 71개 회사 인수합병

에인 형제의 경영 성공 비결은 시장 수요에 맞춘 기술혁신과 과감한 투자로 요약된다. 1979년 자동식 시간기록계 출시 이후 1985년 PC 기반 시간기록 제품 ‘타임 키퍼 센트럴’을 출시하며 크로노스는 수년간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다. 이후 직접 판매 채널 확보를 위해 여러 중개업자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으며, 1992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캐나다 영국에 이어 1995년 멕시코 법인을 설립하며 연매출 1억달러(약 1115억원)를 달성했다.

크로노스는 1998년 웹기반 인력관리 프로그램 출시와 함께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산업별로 차별화된 인력관리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2007년은 크로노스가 한 단계 도약한 시기였다. 사모펀드(PEF) 헬만&프리드먼이 17억4000만달러(약 1조9413억원)에 회사를 인수하면서 상장폐지됐다. 이때부터 모바일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시작됐다. 2014년엔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추가 투자가 이어졌다. 크로노스는 기술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라면 어떤 인수합병(M&A)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3년까지 40개 회사를 인수한 이후 올해 71번째 기업 인수를 완료했다.

크로노스의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는 대성공이었다. 신규 고객의 90%가 클라우드 솔루션을 선택하며 고객 저변이 빠르게 확대됐다. 크로노스는 세계 100여 개국 3만 개 회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미국 포천지 선정 1000대 회사의 절반 이상이 크로노스의 인력관리 및 인적자원관리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2014년 연매출 1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매출은 12억달러 수준이다.

크로노스는 지난 9월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매사추세츠 첼름스퍼드에서 로웰로 본사를 옮겼다. 세계에 5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이 중 1500명가량이 본사에 근무하고 있다.

◆‘가족 우선주의’가 이룬 혁신

크로노스는 이윤 추구 그 이상을 꿈꾸고 있다. ‘종업원 연구소(Workforce Institute)’를 설립해 혁신적인 인력관리 정책을 연구개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2016년부터 회사가 휴가 일수를 정하지 않는 무제한 휴가제(오픈휴가제)를 도입해 혁신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무제한 휴가제는 에인 CEO의 ‘가족 우선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적극 추진됐다. 회사에 필요한 인재들이 육아휴직 이후 복직을 꺼리거나 자녀가 있는 30, 40대 경력직 채용 시 적은 휴가 일수가 걸림돌이 되는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터였다. 무제한 휴가제 시행 첫해인 지난해 직원 평균 휴가 일수(16.6일)는 전년 대비 2.6일 증가했다. 특히 성과가 좋은 직원들의 휴가는 평균 5주에서 7주로 대폭 늘었다. 그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통해 “2016년 크로노스가 최고 재무 실적을 달성한 것과 무제한 휴가제 도입이 무관하지 않다”며 “행복한 직원들이 회사 이익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무제한 휴가제를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접근하면 실패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크로노스는 근속기간별 연차누적제 폐지로 연 200만~300만달러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육아휴직, 장학금, 퇴직연금 등 다른 복지를 확대했다. 그 덕분에 그는 미국 구인구직사이트 글라스도어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CEO 평가에서 정보기술(IT)업계 상위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인 CEO는 직원들에게도 귀가 따갑도록 “인생에서 커리어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말뿐이 아니다. 자녀가 고교 스포츠팀 경기를 할 때면 수요일 오후 2시에도 퇴근했다. 그는 “CEO는 조직 문화를 지키는 사람(keeper)이어야 한다”며 “매니저들은 팀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