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한 페이지오글루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과장(오른쪽 두 번째)을 단장으로 한 IMF 연례협의단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초부터 한국 정부와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과장(오른쪽 두 번째)을 단장으로 한 IMF 연례협의단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초부터 한국 정부와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단기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전체적인 진단과 처방에 대해선 상당히 강도 높은 내용을 제시했다. 글로벌 무역 호황을 예측하면서도 내년 성장률 전망은 지난달 제시한 전망치와 같은 수준(3.0%)으로 유지했다. IMF는 오히려 다소 나아진 체력과 외부 여건을 감안해 더 센 처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50% 수준인 노동생산성 확대를 위해 이례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를 촉구하고,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규제도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정 정책도 더욱 확장적인 기조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구조적 문제가 장기성장 저해

IMF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2017년 IMF 한국 연례협의 결과’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은 2016년 하반기에 둔화한 이후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IT(정보기술)와 건설 부문을 중심으로 한 투자 증가 덕분”이라고 밝혔다. 또 “이 같은 회복세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역대 최저 수준의 대출금리 및 장기 채권 수익률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대외 여건 개선에 따라 ‘경기순환적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무역 호황에 따라 수혜를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더딘 내수 회복세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IMF는 “민간소비는 올해 들어 3분기 동안 개선됐지만 경제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 실업률도 9월 기준 10.0%(계절조정)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IMF 연례협의단장(아시아태평양국 과장)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0%대로 높다”고 분석했다.

IMF는 또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견조하고 지속 가능한 장기성장의 저해 요인으로 진단했다.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초반 7%에서 3% 이하로 하락했다”며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정적인 인구구조(노령화 및 저출산)와 생산성 증가 둔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직 유연성 확대해야

IMF는 한국 경제가 단기적인 회복세를 나타내는 지금 상황이 구조개혁의 적기인 것으로 판단했다. IMF는 “상품시장 및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며 고용 증대와 생산성 향상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IMF는 “한국은 노동시장 정책의 근간으로 유연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며 “정규직에 대해 유연성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유연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 참여자들의 신뢰와 주인의식, 비노동조합 근로자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의 사회적 대화 참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혁신 장려와 생산성 증대를 위한 규제 개혁도 권고했다. IMF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과의 격차를 없애는 수준으로 규제 부담을 추가적으로 완화하면 10년 동안 연간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취약한 기업에 대한 보호가 아니라 성장 및 혁신을 촉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혁신 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IMF는 “혁신 지원 및 생산성 증대에 주안점을 둔 정부 정책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IMF는 재정정책 확장 기조도 주문했다. 타르한 단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세와 취약계층, 구조개혁을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통합재정수지를 매년 GDP 대비 0.5%씩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임도원/오형주/김은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