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에 대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정창배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은 13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일과 12일, 이달 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김 전 회장 측에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으나 “신병 치료 때문에 출석하기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은 사건이 터지기 전인 7월 말부터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 측은 “이르면 내년 2월께 귀국할 수 있다”는 미국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현지에서 강제 구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 수배와 범죄인 인도 등 국제 공조 여부는 체포영장 발부 이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비서였던 A씨는 올 2∼7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상습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난 9월 경찰에 고소했으며 김 전 회장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지 이틀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DB그룹은 당시 “김 전 회장과 A씨 사이에 신체 접촉은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며 “A씨가 ‘돈을 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