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도의 16개국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연내 타결이 무산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RCEP 협상에 참여하는 16개국은 12일(현지시간) 필리핀에서 각료회의를 열고 2018년 이후에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 연내 합의하기로 한 당초 목표를 포기한 것이다. 대신 내년부터 장관·실무진급 논의 횟수를 늘려 협상을 이른 시일 내 타결하기로 했다.

RCEP는 중국, 일본, 인도, 한국, 호주, 뉴질랜드 6개국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포괄·통합하는 ‘메가 협정’이다. 2011년 아세안이 제안했으나 중국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기 위해 RCEP 출범에 힘을 보태면서 중국 주도의 협정으로 부각됐다. 올초 미국의 이탈로 일본 주도로 TPP가 진행되면서 중국과 일본 간 통상 주도권 경쟁 속에 RCEP가 추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RCEP 참여국은 지난 9월 필리핀에서 각료회의, 10월 한국에서 고급 실무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자국 시장 보호를 우선하는 인도·중국과 높은 수준의 무역 자유화를 추구하는 일본·호주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CEP는 개발도상국 참여 비중이 높기 때문에 TPP 수준의 시장 자유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TPP에 비해 RCEP는 단계적인 관세 인하 및 서비스 시장 개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인구 규모로 따지면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RCEP(34억 명)가 TPP(4억 명)에 비해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