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은 꼬치꼬치 캐묻고 자신감이 있었으며 디지털과 인터넷 세상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뚜렷했다.”(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1999년 2월 중국의 전직 영어교사 한 명이 66㎡짜리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함께 전자상거래 회사를 차렸다. 자본금은 50만위안(약 8400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초라하게 출발한 알리바바는 18년이 지나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됐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중국 사람들이 인터넷이 뭔지도 모를 때부터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마 회장의 키는 162㎝에 불과하다. 재계에선 그를 ‘작은 거인’이라고 부른다. 중국 정보기술(IT)산업 전반에 미친 마 회장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무료 수수료로 기업 회원 늘려

마 회장의 첫 도전 상대는 당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였다. 마 회장이 이베이를 넘어서기 위해 주목한 것은 중국의 중소기업이었다. 중국 개별 중소기업 규모는 보잘것없어도 이들을 뭉치게만 한다면 더 큰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마 회장은 중소기업 회원을 늘리기 위해 공짜 전략을 썼다. 당시 다른 전자상거래 회사는 거래 금액의 2% 정도를 수수료로 받았지만 알리바바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웠다.

이 덕분에 회원 30만 개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베이는 2007년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알리페이로 결제 편의성 높여

마 회장은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예민한 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신용보증 제도인 ‘골드 서플라이어’ 제도를 도입하고 전자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도 출시했다. 안전하게 거래가 완료돼야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 덕에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산 제품을 구입하려면 알리바바가 빠르고 편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겨났고, 그 덕분에 알리바바는 급성장할 수 있었다.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500만달러(약 56억원)를 알리바바에 투자했다. 1997년 통역 일을 할 때 만리장성을 안내하며 인연을 맺은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도 2000년 마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다. 손 회장은 마 회장을 만난 지 6분 만에 3000만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마 회장은 투자액이 많다며 2000만달러만 받기로 했다. 알리바바가 2014년 나스닥에 상장하며 손 회장이 4000배 넘는 이익을 거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전자상거래 안주하지 않겠다”

알리바바는 2014년 9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50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 IPO였다. 상장 이후 알리바바는 매 분기 전년 동기 대비 50% 안팎의 매출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 2분기(7~9월) 매출은 61% 증가했다. 상장 이후 최대 폭이다.

마 회장은 전자상거래를 넘어 인공지능(AI)처럼 생소한 분야까지 도전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22세기까지 살아남으려면 실패를 감수하고 계속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 마 회장의 신념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