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0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한판 붙겠다”며 제1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에 따른 보수 진영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조치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중앙당사에 내걸겠다고도 했다.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 등 숨가쁘게 돌아갔던 보수 야권 재편이 매듭지어지면서 보수 적자로서의 정통성을 획득하기 위해 한국당 내부 전열 정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가 이뤄진 지 1주일 만인 이날 대구를 방문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모임인 ‘아시아포럼 21’과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위기의 대한민국, 박정희에게 길을 묻다’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홍 대표의 대중연설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의 항의가 불 보듯 뻔했지만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홍 대표는 포럼에서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사과하라는 것은 굴복하라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이 정권을) 자살정권이라고 한다”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라도 만들어 정권의 개 노릇을 하는 검찰을 견제해야 하지 않나”라며 문재인 정부와 검찰을 싸잡아 비판했다.

홍 대표는 뒤이어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보수 우파 세력들이 살아야지 나중에 박근혜도 살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어 “(한국당 당적이 없는) 자연인 박근혜라면 (1심) 재판장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며 “우리 당 출신 대통령에 대한 할 도리는 앞으로 다 하겠다”고 말하면서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했다. 또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세 분 사진을 중앙당사에 걸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무성 등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에 반발하는 친박(친박근혜)계의 의원총회 소집 요구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패악”이라고 맞받아쳤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