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탈퇴로 동력을 잃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일본 주도로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을 제외한 TPP 협상 참가 11개국이 협정 내용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고 10일 보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은 전날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TPP 추진국 각료회의를 마친 뒤 “고위급 협상에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11개국은 500여 개에 이르는 TPP 조항 중 미국과 관련된 10~20여 개 항목을 ‘동결’ 조치하고 남은 국가 간 의견 조율이 가능한 사안 위주로 우선 합의하기로 했다. 내년 각국이 비준 절차에 들어가 이르면 2019년 발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자 무역협정인 TPP는 미국과 일본 주도하에 시장 개방과 관세 철폐 등 강도 높은 무역 자유화를 목표로 2005년부터 추진됐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캐나다, 멕시코, 말레이시아, 페루, 칠레,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12개국이 가입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이후 미국을 제외한 11개국은 TPP를 발효시키기로 뜻을 모으고 협정 내용을 재조정해 왔다. 거대 시장인 미국이 빠진 만큼 TPP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TPP 참가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5%에서 12.9%로, 인구 비중은 11.3%에서 6.9%로 낮아진다. 무역액 규모는 세계의 25.7% 수준에서 14.9%로 떨어진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