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혹은 경제학사 교과서에는 경기순환과 관련해 이름을 올린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 유럽 각국의 경기변동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장기파동·중기파동·단기파동에 대한 이론이 나왔고, 각각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콘트라티에프 파동(50년 주기), 주글라 파동(6~10년 주기), 키친 파동(40개월 주기) 등의 명칭이 만들어졌습니다.

본격적인 경제학 연구로 더 유명한 분입니다만 1871년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제본스는 태양의 흑점이 변화하는 데 따라 경기에 변동이 온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대략 11년을 주기로 태양의 흑점이 늘어나는데 이 물리적 현상이 지구에 추위를 몰고 오고, 이는 다시 농작물 수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본 것입니다.

경기의 순환, 장기적인 경기호황과 불황에 대한 경제학자와 사회의 관심은 이렇게 크기도 합니다. 1870년대 유럽의 대불황 시대, 미국의 광란의 20년대(1920년대), 대공황기(193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1950~1973년) 등 장기 불황·호황기에는 별도의 명칭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기 성장기 명칭 중 하나에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이름을 올릴지 모르게 됐습니다. 바로 올 9월로 일본이 58개월 연속 경기확장세가 이어지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째로 긴 장기호황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 일본 내각부는 9월 경기동향지수(2010년=100) 잠정치가 115.8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2년 12월 이후 58개월 연속 경기가 확장된 것입니다. 2차 대전 이후 두 번째로 장기간 성장했던 ‘이자나기 경기(いざなぎ景気 ·1965년 11월~1970년 7월·4년9개월)’ 기록을 넘어선 것입니다.

8일 일본의 경기 확장세가 2019년 1월까지 이어지면 2002년 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73개월간 계속된 ‘이자나미 경기(いざなみ景気)’마저 넘어 사상 최장 기간 경제 성장으로 기록됩니다.

일본 국민들의 생활과 소비에도 과연 ‘온기’가 퍼졌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많습니다만 수치상으론 초장기 경기성장기록을 다시 쓰게 된 것입니다.

일본이 또다시 초장기 호황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번 장기성장에 대한 명칭을 어떻게 불러야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노믹스 경기(アベノミクス景気)’로 부르자는 의견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과감한 금융 정책을 통한 양적 완화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출 확대를 축으로 한 재정정책 ▷적극적인 성장정책 등 ‘세 개의 화살’을 축으로 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덕에 현재의 경제성장이 가능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과거 일본의 초장기 호황기에 대한 명칭이 ‘고사기’에 나오는 일본신화 속 남신의 이름인 이자나기(伊弉 諾尊)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아베 총리는 신화 속 존재보다 윗자리에 이름을 올리며 경제학사에 ‘영광스런 이름’을 올릴지도 모르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번 경기호황기 명칭에 대한 의견은 통일되지 않았고 ‘경쟁자’들도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구로도 하루히코 총재의 이름을 같이 따서 ‘아베구로믹스 경기(アベクロミクス景気)’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측에서는 ‘금융완화 의존경기’나 ‘미지근한 경기’라고 부르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과연 이번 장기성장기에 대해 일본 사회는 어떤 명칭을 부여할까요. 아베 총리는 과연 이번 호황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결과에 눈길이 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