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5.7%로 3년 만에 '최저'
정책 불확실성에 기업투자 급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인도가 올해는 아시아에서 경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란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인도 경제는 지난해 7.1% 성장률로 중국(6.7%)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올 들어선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다. 작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7.0%였던 성장률이 올 1분기 6.1%로 떨어진 뒤 2분기에는 5.7%까지 추락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3년 만의 최저치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인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한 주된 이유로 기업의 투자 부진을 지목했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싱크탱크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인도 기업의 투자계획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급감했다. 인도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작년 11월 화폐개혁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전체 유통물량의 86%를 차지하는 500루피와 1000루피 구권 화폐 사용을 금지하고, 새 지폐를 발행한 것이다. 위조지폐 유통을 막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갑작스러운 시행으로 경제 주체들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올해 7월에는 주(州)마다 다른 부가세 제도를 전국 단일의 상품·서비스세로 통합했다. 부실채권 증가로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조이고 있는 것도 투자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 정부는 은행의 기업 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최근 국영은행에 330억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2019년 시행되는 ‘바젤Ⅲ’의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인도 은행들이 확충해야 하는 자본금 규모가 650억달러에 달해 실제 대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민간 기업의 투자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최근 1000억달러를 들여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그러나 “인도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민간 부문 투자가 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