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인 영주다문화희망공동체를 운영하는 다문화 새댁들. 영주다문화희망공동체 제공
사회적 기업인 영주다문화희망공동체를 운영하는 다문화 새댁들. 영주다문화희망공동체 제공
경북 영주에 사는 다문화 새댁들이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며 매년 2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지역민과의 화합에도 앞장서 관심을 끌고 있다.

다문화 새댁들이 지역민과 어울리며 특산품을 판매하는 기업을 일굴 수 있었던 데는 방송작가 출신인 배순희 대표의 역할이 컸다. 배 대표는 2008년 영주시 하망동에 베트남 출신 판티응옥한 씨, 중국 출신 고리연 씨 등 다문화 새댁 9명과 함께 사회적 기업인 영주다문화희망공동체를 설립했다. 영주 특산품인 풍기인견 제조 기술을 익혀 이주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서였다.

배 대표는 “시댁조차 이주여성을 이해하지 못해 곤란했다”며 “마을 어른들을 상대로 다문화 교육에 먼저 나섰다”고 말했다.

월남쌈인 고이꾸온, 중국의 딤섬 등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며 아세안 문화와 역사를 강의하자 이주 여성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문화 새댁들의 삶과 경험이 녹아 있는 살아있는 강의는 전국에 소문이 나 학교 기업 등에서 연간 30~40회 강의 요청이 들어올 정도다. 다문화 새댁들은 전문 강사로 활동한다.

이주 여성들은 풍기의 명품인 인견을 제조하고 사과주스를 가공해 팔고 있다. 한국말조차 서툴렀던 이들은 농산물 수확을 위한 지게차와 화물차 운전도 직접 한다. 2014년 1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억5000만원까지 늘었다. 2015년부터는 영주 홈플러스에 50㎡ 규모의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판티응옥한 씨의 제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주제는 ‘소백산골 다문화 새댁들의 제2고향 만들기’다. 다문화 이웃이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교육, 판매, 체험, 전시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려는 목표였다. 목표금액인 300만원보다 많은 750만원이 모였다. 이들은 그동안 받은 상금과 수익금 등 1억원을 들여 새 건물을 마련했다.

판티응옥한 씨는 “이주 여성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용기 있게 사는 사람들”이라며 “아세안이 진정한 이웃 국가로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일 베트남에서 개막하는 호찌민·경주 엑스포가 경제 문화적으로 두 나라가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