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진 저널] 트럼프 눈에 비친 남한의 이중적 북핵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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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추가축소가 대북 제재 핵심
대중(對中)협상 뒷심 한·미·일 공조 절실
'3불 정책'은 향후 풀어야 할 숙제"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대중(對中)협상 뒷심 한·미·일 공조 절실
'3불 정책'은 향후 풀어야 할 숙제"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북핵(北核)을 화두로 들고 어제 한국에 들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 중국으로 떠난다.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트럼프가 느낄 방한 소감이 궁금하다. 일부에서 ‘삼전도(三田渡) 굴욕’으로 부르는 ‘3불(不)정책’(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 부정)에 트럼프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미국 대사관 앞의 반미 시위대에 트럼프는 “내가 북한에 와 있나” 하는 착각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반(反)트럼프 시위대 위세에 비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태극기·성조기부대는 트럼프가 간과할 수 없는 요즘 한국 사회의 실상이고, 북핵 함수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새로운 변수이자 숙제다.
북핵은 오래된 지구촌 난제였기 때문에 문제 자체에 대한 정의는 이미 명료하게 정리돼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가 분명하기 때문에 해법 또한 명확하다. 미국이 전쟁불사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공언해 왔지만 “지금보다 더 강한 제재로 전쟁 없이 북핵을 제거한다”는 게 현 상황에서 최적의 해법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중국에 가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더 강한 압박”이라는 표현 속에 이미 요약돼 있다고 봐야 하고, 그것은 다름 아니라 “대북(對北) 송유관을 더 조일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할 때, 트럼프가 손에 쥐고 싶어하는 것은 한·미·일의 확실한 공조와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의식에 기초한 지렛대다. 그러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불정책 천명, “중국과의 관계도 돈독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양다리 걸치기, 그리고 반미·반트럼프 시위대의 극렬함은 트럼프가 원하던 대중(對中) 협상 지렛대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좌절감을 안겨준 것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송유관을 더 조일 수 없느냐”는 트럼프 요구에 시진핑이 부정적으로 나올 때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포함한 통상압박이다. 통상문제는 북핵보다 더 중요한 별도의 독립된 경제현안이기도 하지만, 북핵을 의제 한가운데 놓고 접근하려는 트럼프에겐 보조적 카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상압박 카드가 제대로 먹힐지 또한 의문이다. 작년 미 대선기간 중 트럼프 측의 러시아와의 내통여부 문제, 주류언론과의 갈등 등으로 국내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는 트럼프는 “경제가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는 식의 분위기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실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3%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고, 실업률 또한 지난 16년 사이 최저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활황의 바탕에는 ‘세계 경제의 동반상승 분위기’가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두 거대 경제인 미국과 중국의 우호적 경제협력 관계가 무너져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마오쩌둥 반열에 오른 시진핑을 대면한 자리에서 트럼프가 미·중 통상과 관련, 속된 말로 ‘갑질 위세’를 부려 협상테이블을 깨 가며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트럼프로선 “지속적인 3% 성장을 달성해 1200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 대선공약을 제대로 지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 욕망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핵 극복을 호언하며 극동순방에 나섰지만 현지를 돌아보니 녹록지 않다는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다. 우선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않는 한, 중국이 송유관을 더 조이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통상문제에서도 큰소리만으로 일관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에겐 더 큰 뒷심이 필요하다. 그런 시기와 장소에서 트럼프가 마주친 건 혈맹 한국의 반미·반트럼프 구호다. 한국은 왜 이러는 거지? 트럼프가 한국에서 마음속에 새기고 간 의문이자 배신감이고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
북핵은 오래된 지구촌 난제였기 때문에 문제 자체에 대한 정의는 이미 명료하게 정리돼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가 분명하기 때문에 해법 또한 명확하다. 미국이 전쟁불사도 테이블 위에 있다고 공언해 왔지만 “지금보다 더 강한 제재로 전쟁 없이 북핵을 제거한다”는 게 현 상황에서 최적의 해법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중국에 가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더 강한 압박”이라는 표현 속에 이미 요약돼 있다고 봐야 하고, 그것은 다름 아니라 “대북(對北) 송유관을 더 조일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할 때, 트럼프가 손에 쥐고 싶어하는 것은 한·미·일의 확실한 공조와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의식에 기초한 지렛대다. 그러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불정책 천명, “중국과의 관계도 돈독히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양다리 걸치기, 그리고 반미·반트럼프 시위대의 극렬함은 트럼프가 원하던 대중(對中) 협상 지렛대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좌절감을 안겨준 것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송유관을 더 조일 수 없느냐”는 트럼프 요구에 시진핑이 부정적으로 나올 때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포함한 통상압박이다. 통상문제는 북핵보다 더 중요한 별도의 독립된 경제현안이기도 하지만, 북핵을 의제 한가운데 놓고 접근하려는 트럼프에겐 보조적 카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통상압박 카드가 제대로 먹힐지 또한 의문이다. 작년 미 대선기간 중 트럼프 측의 러시아와의 내통여부 문제, 주류언론과의 갈등 등으로 국내정치에 발목이 잡혀 있는 트럼프는 “경제가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다”는 식의 분위기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실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3%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고, 실업률 또한 지난 16년 사이 최저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활황의 바탕에는 ‘세계 경제의 동반상승 분위기’가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두 거대 경제인 미국과 중국의 우호적 경제협력 관계가 무너져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마오쩌둥 반열에 오른 시진핑을 대면한 자리에서 트럼프가 미·중 통상과 관련, 속된 말로 ‘갑질 위세’를 부려 협상테이블을 깨 가며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트럼프로선 “지속적인 3% 성장을 달성해 1200만 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 대선공약을 제대로 지켜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 욕망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북핵 극복을 호언하며 극동순방에 나섰지만 현지를 돌아보니 녹록지 않다는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다. 우선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않는 한, 중국이 송유관을 더 조이려 하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통상문제에서도 큰소리만으로 일관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에겐 더 큰 뒷심이 필요하다. 그런 시기와 장소에서 트럼프가 마주친 건 혈맹 한국의 반미·반트럼프 구호다. 한국은 왜 이러는 거지? 트럼프가 한국에서 마음속에 새기고 간 의문이자 배신감이고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양봉진 < 세종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