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권 재편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면서 바른정당 탈당파가 한국당에 복귀할 최소한의 명분은 마련됐다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바른정당은 5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진로를 논의했다. 한국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탈당파와 이에 반대하는 자강파는 1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한국당과 ‘통합 전당대회’를 열지를 놓고 밤 늦게까지 격론을 벌였다.

탈당파는 자강파를 설득하지 못하면 집단 탈당해 한국당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해 왔다. 탈당파인 김영우 의원은 의총 전 “탈당 일자는 6~9일이 될 것이며 함께 탈당하는 의원들끼리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탈당파는 이날 의총에서도 보수 통합 필요성을 주장하며 전대 연기 등을 요구했다.

자강파는 통합보다 보수 혁신이 먼저라는 점을 강조하며 전대를 연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자강파 수장 격인 유승민 의원은 의총 전에 열린 당 대표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수만 불리고, 기어들어가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며 “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 개혁보수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과 함께 강성 자강파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 등은 의총에서 전대 연기를 완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에서는 김무성 김영우 김용태 강길부 이종구 정양석 황영철 홍철호 의원 등 최소 8명이 집단 탈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13일 전당대회를 치른 뒤 탈당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탈당파 의원들이 복당하면 현재 107석인 한국당 의석 수는 115석 정도로 늘어난다. 바른정당은 20석이 무너져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는다. 보수 야권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된다.

바른정당 탈당파의 합류 이후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제명에 이어 친박(친박근혜)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까지 출당시킬지도 관심이다. 복당한 의원들이 서·최 의원 제명에 힘을 보탤 경우 친박계 핵심을 겨냥한 ‘인적 청산’이 가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서·최 의원을 겨냥해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다가 자신들의 문제가 걸리니 슬금슬금 기어나와 몸부림치는 극소수 ‘잔박’들을 보니 비겁하고 측은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추태 그만 부리고 당과 나라를 이렇게 망쳤으면 사내답게 반성하고 조용히 떠나라”고 요구했다.

홍 대표는 또 “결단의 순간에는 단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왔고 그 결단을 후회해 본 일은 없었다”며 “새로운 출발을 위해 또 한 번 결단의 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이 보수 통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