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직에 대한 예의와 선비정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자리가 바뀌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등의 사법부, 그리고 조금 있으면 여러 공공기관 임원의 대규모 교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이처럼 중요한 자리를 채울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과거부터 정권 교체기마다 수많은 자천 타천 후보가 공직을 맡겠다고 나섰지만 유감스럽게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소위 ‘감도 안 되는 사람’들이 과분한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공직이란 국민의 재산과 권한을 위탁받아 공동체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하는 자리다. 높은 공직일수록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판단에 따라 국민의 삶이 큰 영향을 받기에 과거 선비들은 공직에 천거되면 자신이 공직을 맡을 자격과 능력이 되는지, 민초들이 자기를 믿고 따라줄 것인지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선비정신이 없어진 듯하다. 자기의 능력과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기는커녕 무능이나 지나간 잘못을 감추고 혹시라도 드러나면 변명하기 급급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나라에 팽배한 출세지상주의와 물신주의가 근본 원인일 것이다. 사람의 가치를 그가 성취한 일보다 맡았던 자리로 판단하는 사회 풍토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이라면 직급이 낮아도 한 분야에 천착하면 전문가로서 실제 정책에서 큰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보다 알량한 처세술이나 아첨으로 장·차관까지 올라간 사람이 더 대접받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서구 선진국처럼 차지한 자리보다 거기서 얼마나 잘했느냐가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면 자신에게 과분한 자리는 탐하지 않는 풍토가 생기지 않을까.

고위 공직자 후보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좋은 교육 기회 등 여러 혜택을 받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그 혜택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본인 가문의 영광을 위해, 혹은 공직에 따른 혜택이 탐나서 나서는 사람은 당연히 배제돼야 한다. 본인의 의도는 순수하더라도 능력이 부족하거나 편향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국민의 이익에 어긋나는 결정을 할 위험성이 있는 사람도 나서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공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특히 과거의 선비정신이 그리운 시대다.

오세정 < 국민의당 국회의원 sjoh660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