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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경제성장, 화석화된 제도 혁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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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기술혁신 모두 제도에 좌우
    노동시장 유연화·금융 자율 시급
    반기업정서 해소, 시장영역 넓혀야

    이창양 < KAIST 교수·경영학 >
    [시론] 경제성장, 화석화된 제도 혁파에 달렸다
    최근 들어 경제성장 논란이 거세다. 착한 성장, 포용 성장, 사람 중심 성장 등에서 보듯이 경제성장에 가치가 덧씌워지는가 하면,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등 다양한 성장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이번 정부가 경제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더 이상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경제의 회복 능력마저도 훼손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강조되는 혁신성장은 경제논리에 잘 부합하는 성장전략이다. 지식과 아이디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오늘날 혁신이 곧 성장이며, 따라서 혁신성장은 동어반복에 가깝다.

    경제성장의 본질적인 동력은 축적이다. 경제는 투자를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시간과 노력을 학습과 지식 창출에 투입해 지식을 축적함으로써 성장한다. 경제성장은 결국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가 얼마나 이런 축적활동을 열심히 할 유인이 있는가에 달려 있고, 이런 유인은 상당 부분 경제를 둘러싼 제도에 좌우된다. 이런 제도에는 사유재산권제도, 지식소유권제도, 법치주의 등 기본적인 제도와 함께 조세 및 공정거래 정책 등 각종 정책은 물론 넓게는 경제주체의 가치와 행동을 규율하는 관습과 문화도 포함된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정석은 두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의 투입을 지속적으로 늘려 성장하는 요소투입형 성장이다. 그러나 무한정 요소 투입을 늘려갈 수는 없으며 자본 투자는 그 한계수익이 체감해 결국 성장이 둔화되고 후발국의 추격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는 기술과 제도를 혁신해 기술 경쟁력과 함께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율성 주도형 성장이다. 요소투입형 성장의 한계를 상쇄하고 나아가 심화되는 지식경쟁시대에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장패러다임을 요소투입형에서 효율성 주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중진국 수준에서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것은 이런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하고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혁신성장 전략은 기술혁신과 제도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종합적인 접근이어야 한다. 혁신성장 전략에서 특히 주력할 것은 제도혁신이다. 제도혁신의 효과는 경제 전반에 걸쳐 나타날 뿐 아니라, 투자는 물론 기술혁신도 결국 제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몇몇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을 선정해 지원한다거나 벤처기업의 창업 등을 지원하는 수준으로는 세계 10위권 규모의 한국 경제에 유의미한 성장잠재력 증가를 가져오기 어렵다. 정부의 선별적인 성장산업 육성전략도 시장과 기술 진행방향의 높은 불확실성 등으로 과거와는 달리 그 유효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혁신성장 전략에는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화석화된 제도들을 혁파하는 로드맵이 핵심이어야 한다. 특히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금융시장의 자율적 경쟁력 강화는 시급하다. 기업에는 고용의 유연성을 허용해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게 하고, 고용의 안정성은 정부가 실업급여 확대와 직업훈련교육제도 강화 등으로 접근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도 근원적으로 줄여야 한다.

    기술 혁신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인적자본의 양성,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과감한 지원, 정부출연연구소의 역할 정립 등 국가기술혁신체계의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 혁신은 그 핵심적인 과제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해 절실한 것도 이 분야 인재들이다.

    결국, 정부는 과학기술 진흥을 통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기회를 공급하고 교육혁신을 통해 기술혁신의 전사를 양성하면서, 제도혁신을 통해 기업 활동에 유인과 자유를 부여해야만 진정한 혁신성장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과정에서 끈질기게 남아 있는 반(反)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기업의 활동무대인 시장의 영역을 최대한 넓히고 자유롭게 해야 한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궁극적인 일꾼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창양 < KAIST 교수·경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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