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은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4%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2010년 2분기 1.7% 이후 7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올초부터 3분기까지 성장률은 3.1%에 달한다.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각각 1.1%와 0.6%였으므로 4분기 성장률이 0%라고 해도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3% 성장은 달성할 것 같다. 그러나 성장률 수치만 보고 한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속단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민간소비와 민간투자 부문의 성장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3분기 1.4% 성장에 기여도가 가장 큰 것은 수출이었다.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수출이 증가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0.9%포인트로 전체 성장률의 64.3%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정부 지출이었다. 정부 지출 기여도는 0.4%포인트로 전체 성장률의 28.6%를 담당했다. 민간소비와 민간투자의 기여도는 0.1%포인트로 성장률에서 차지한 비중이 7.1%에 불과했다. 수출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부를 창출하는 민간부문의 활동이 아직도 심각한 침체 상태에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경제성장에서는 결코 수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내용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정부 지출 증가에 따른 경제성장은 진정한 경제성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을 늘리면 당해 연도 성장률은 얼마든지 끌어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초대형 건물을 건설한다면 이것은 정부 지출 증가로 나타나 GDP가 증가해 경제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 지출에 필요한 자금은 민간의 경제활동에서 전용한 것이지 정부가 창출한 것이 아니다.

본래 정부는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정부는 민간부문에서 창출한 부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어 소비하는 조직이다. 정부 지출이 증가할수록 부를 창출하는 민간부문으로부터 자원을 더 많이 가져오게 된다. 이것은 실질적인 부를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전용하는 것이므로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성장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정부 지출을 늘려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은 매우 위험하다.

정부가 정말로 경제를 살리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이 실질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 환경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투자가 일어나고 기업가정신이 활발하게 살아나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도 생긴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제성장이 진정한 경제성장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기치 아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압박, 가맹점 제빵기사 직접 고용,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양대 지침’ 폐기 등 숨이 가쁠 정도다. 이렇게 기업 환경을 악화시킨다면 아무리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돈을 푼다 해도 경제는 살아나지도 성장하지도 않는다. 성장률 수치는 일시적으로 높아질지 모르지만 결국 경제는 더욱 쇠퇴할 뿐이다.

2015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은 그리스와 20년 동안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는 경제의 구조개혁은 하지 않고 외국에서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지금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다가 결국 위기를 맞았다. 일본은 자산 버블이 꺼지면서 찾아온 불황을 정부 지출과 돈을 풀어 해결하려다 장장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경기 침체를 겪었다. 그러다가 요즘 다시 살아나 거의 완전고용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동시장 개혁, 법인세 인하, 서비스업 생산성 향상 및 활성화, 산업경쟁력 강화법 제정 등 구조개혁을 단행하자 자원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생산적인 부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우리도 법인세를 낮추고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기업 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부 지출에만 의존해 경제를 운용하려고 한다면 그리스 꼴이 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한국제도경제학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