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일본의 헌법 개정 작업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을 적잖이 수행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가고, 북한 조선중앙TV가 “하찮은 네 개의 섬을 수소폭탄으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혀 버리겠다”고 위협한 것들이 모두 ‘전쟁 가능한 일본’을 조성하는 작업의 명분이 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정권은 틈만 나면 ‘북풍(北風)몰이’를 선거전략과 개헌 명분으로 활용했다. 북한이 일본에 대한 도발을 할 때마다 위기 의식을 고취하며 국가 안보를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자국의 방위를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한 평화헌법이 굴욕적인 것이라고 인식한 일본 우익들은 북한 위협을 계기로 개헌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해왔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했다는 점을 줄곧 강조했다. 이번 총선 직후에도 “(국민의) 신뢰를 얻은 힘으로 (대북 강경정책 등으로) 압력을 가해 북한이 ‘정책을 바꿀 테니 대화하고 싶다’고 말할 상황을 만들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선거 ‘표심’을 명분으로 대북압력 강화라는 공약 실천은 물론 전쟁할 수 있는 나라라는 개헌까지 적극 밀어붙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다.

일본 언론들은 헌법 개정 작업과 병행해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도 적극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민당의 안전보장조사회는 지난 6월 이 같은 방안을 내각에 공식 제안했고,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8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북한의 미사일 요격 필요성을 명분으로 ‘육상형 이지스 시스템(이지스 어쇼어)’ 도입을 정식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압승을 배경으로 하고 북한의 위협을 꼬투리 삼아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개헌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