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정책 먼저 내놓고 한달 반 뒤에야 희망자 파악
'임용절벽 해법' 시간선택제 교사 발표 후 수요조사 '뒷북'
서울시교육청이 '시간선택제 교사'를 늘려 초등교사를 더 뽑겠다고 발표해놓고 뒤늦게 시간제 근무를 희망하는 수요조사에 나서 구설에 올랐다.

2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24일 산하 교육지원청들에 '정규직 시간선택제 교사제도 전환유형 확대 계획 안내'라는 공문을 보내고 일선 교사들을 상대로 수요를 조사해 다음 달 2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수요조사는 더 많은 교사가 시간제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신청요건을 완화해 신규 교사 뽑을 자리를 확보하겠다고 교육청이 발표한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사전조사로 정책효과를 미리 가늠해본 뒤 정책을 확정·발표하는 통상적인 정책 결정 과정과 비교하면 일의 선후가 뒤바뀌었다.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는 정규직 교사가 육아·간병·학업 때문에 종일 일하지 못할 상황이면 시간제 교사로서 전일제 근무의 절반 수준인 주당 15∼25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초등교사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료 교사와 '2인 1조'로 묶여야만 시간제 교사가 될 수 있다.

교사 2명이 시간제 교사가 되면 이들이 재직 중인 학교에 전일제 교사 1명이 충원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교사끼리 짝지어 시간제 교사 전환을 신청해도 허용하는 쪽으로 신청요건 완화를 추진 중이다.

A초등학교 B교사와 C초등학교 D교사가 함께 전환신청을 하면 둘 중 한 명을 상대편 학교로 전보시켜 '같은 학교 재직'이라는 요건을 충족시켜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은 지난달 13일 내년도 서울지역 공립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한 달여 전 사전예고 때보다 280명 늘어난 385명으로 확정·발표하면서 "시간선택제 교사와 자율연수휴직제 신청요건 완화로 60명을 더 뽑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60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지만, 사전 수요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먹구구식 정책 결정'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임용절벽 사태에 교대생 반발이 이어지자 선발 인원을 몇 명 늘릴지 먼저 정해놓고 적당한 근거를 나중에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실제 시간선택제 교사제도를 활용하는 교사는 많지 않다.

올해 시간제 교사로 전환한 서울지역 교사는 56명에 불과하다.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30)씨는 "시간선택제 교사에 관심 있는 선생님이 주변에 한 명도 없다"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외 학교업무를 많이 맡지 않는 고참교사들은 굳이 시간제로 일할 필요가 없고 젊은 교사들은 근무시간이 줄면 월급도 줄어드니 시간제 교사를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수요조사도 안 한 '땜질식 처방'의 피해는 교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신규발령된 서울지역 교사는 현재까지 370여명에 그친다.

서울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붙고도 일선 학교로 발령받지 못한 임용대기자가 이달 현재 837명에 달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내년도 임용시험 합격자 385명도 최장 3년의 대기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용절벽 해법' 시간선택제 교사 발표 후 수요조사 '뒷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