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과 25~29일 집단휴업을 예고했다가 비판 여론에 철회한 ‘사립유치원 사태’가 한 달가량 지났다. 일단락된 것이지, 해결된 것은 아니었기에 불씨가 남았다. 교육부와 사립유치원들은 이후 협의를 통해 몇몇 쟁점들에 대해선 상당히 의견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인천 논현유치원을 찾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살펴보면 이 같은 정황을 엿볼 수 있다. 이날 행사는 공립유치원 현장 방문. 하지만 김 부총리는 굳이 사립유치원의 역할을 짚었다. “유아교육은 초·중등과 달리 국가보다 민간에서 시작됐고 유아교육 발달에 사립유치원이 기여한 바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했다.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배경 설명’ 성격이긴 했으나, 행간에서 사립유치원을 파트너 삼아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중이 읽혔다. 실제로 김 부총리는 전날(25일) 사립유치원 단체 임원진과 만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 입장을 종합해보면 사립유치원 측 요구사항인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개선은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표준 누리과정이 유치원 교육을 획일화한다는 비판을 감안, 누리과정을 일정 기준 이하로 축소하고 나머지 교육과정은 자율에 맡겨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유아학비 지원을 바우처 방식으로 바꿔 학부모가 유치원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하자는 주장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들과 협의하면서 바우처 전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단 바우처 제도로 바꿀 경우 소요비용 등은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누리과정 지원금 인상(유아 1인당 월 22만 원→30만 원) 역시 근본적으로는 이견이 없다. 다만 재정이 소요되는 부분이라 교육부도 확답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중장기 과제로 분류하되 양측이 함께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은 어렵지 않게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부총리는 26일 인천 논현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함께 체험했다. / 사진=교육부 제공
김상곤 부총리는 26일 인천 논현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함께 체험했다. / 사진=교육부 제공
결국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40%까지 확대한다는 교육부 방침이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양측 모두 양보하기 힘든 사안인 탓이다. 교육부는 국정과제로 우선 추진해야 하는 반면 사립유치원들은 이를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는 국정과제에 명시된 수치다. 김 부총리는 이날 유치원 방문에서도 이 같은 목표를 재확인했다. 사립유치원 학부모의 월평균 부담액이 국공립보다 20만 원이나 많다는 점, 학부모들이 원하는 공립유치원 수요가 사립의 3배 가까이 된다는 점을 조목조목 근거로 들어가면서다. “공립유치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며 확신에 찬 발언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측은 정부가 목표치 달성에 얽매이지 말아달라고 했다. 국공립 성격에 맞게 사회적 배려 대상자나 도서·벽지에 대한 입학기회 제공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사립유치원과의 경쟁 구도를 조성하며 인위적으로 취원율 40%에 맞추기보다는 국공립유치원이 꼭 필요한 계층과 지역을 위해 설립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하면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국공립유치원 수요가 높은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공립 로또’에 떨어진 대다수 사립유치원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책무성.

표면적으로 전자는 국공립, 후자는 사립유치원 대책으로 비칠지 몰라도 국가 책임 강화라는 점에선 일맥상통한다. 택일이 아닌 병행해야 할 길이다. 그만큼 재원 부담이 걸리지만 숙의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정부의 역할 아닐까. 김 부총리가 곧 발표할 유아교육 종합대책에 두 방향이 함께 담기길 바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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