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 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내놨다. 연내 7만4000명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20만500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853개 공공기관 직원 217만 명 중 기간제 24만6000명, 파견용역 17만 명 등 비정규직은 총 41만6000명이다. 계획대로 이뤄지면 이들 가운데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31만6000명 중 전환이 어려운 합리적 사유가 있는 14만1000명을 제외한 약 64.9%가 5년 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공공기관으로서는 연차별 전환계획 이행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더구나 이번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853개 공공기관에 대한 1단계 조치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 자회사 등은 2단계로, 민간 위탁기관은 3단계로 추진할 예정이다. 공공부문 전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회오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형국이다.

벌써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상시·지속업무 기준 논란,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대상자의 저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둘러싼 노·노 갈등 등이 그렇다. 가뜩이나 ‘철밥통’이라는 비판을 듣는 공기업의 고용유연성이 더 악화되면 공기업의 신규 고용이 얼어붙을 수밖에 없어 취업 준비생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더 심각한 것은 고용부가 이번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비용이나 예산 등에 대해서는 안이한 생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합리적 임금체계’를 말하지만 강성 공기업 노조가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6500여 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정작 재원(財源)에 관해선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관평가 등으로 로드맵 이행을 압박하면 공공기관 경영이 파행으로 치달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로드맵을 제시하려면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을 함께 내놔야 하는 이유다. 공공부문 비대화가 민간부문을 위축시키는 이른바 ‘구축효과’도 문제지만, 자칫 경영부실로 이어져 적자가 쌓이면 그 또한 국민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