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초등교사까지… SNS·채팅 앱 훑으니 마약사범 '수두룩'
“시원한 술(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알아요? 저도 있는데.”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필로폰 상습 투약자로 ‘이중생활’하던 강모씨(29)는 한 채팅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본인을 여성이라고 소개한 상대방은 강씨에게 필로폰을 함께 투약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간 강씨를 기다린 건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계 소속 수사관들이었다. 경찰은 강씨 집에서 100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찾아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9월까지 마약사범 집중단속을 벌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채팅 앱을 통해 필로폰을 거래하고 투약한 마약사범 238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중 구속된 마약사범만 54명에 달한다. 검거된 이들의 직업은 조직폭력배부터 대학생, 초등학교 교사까지 다양했다.

필로폰 구매자들은 인터넷에서 마약 관련 단어를 검색해 알아낸 판매상의 채팅 앱 아이디로 접선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상은 구매자에게 돈을 입금받은 뒤 지하철역 공중화장실 등에 마약을 숨겨놓고 찾아가도록 하는 수법을 썼다. 채팅 앱에서 이뤄지는 조건만남에서 성매매 여성에게 마약을 판매한 사례도 있었다. 판매업자들은 성매매 여성에게 처음에는 무료로 필로폰을 제공하다가 추후 비용을 요구했다.

경찰은 필로폰 거래 관행을 역이용한 ‘함정 수사’로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경찰관이 여성으로 위장해 함께 마약을 투여하자고 제안한 뒤 현장을 덮치는 식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수사기관이 이미 범행 의도를 갖고 있던 용의자에게 단순히 기회만을 제공하는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합법이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검거한 이들에게서 필로폰 약 2㎏을 압수했다. 시가 67억원 상당으로 약 6만7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경찰은 제조업자 2명에게서 필로폰 원료로 쓰인 감기약 수만 정도 압수했다. 이 감기약은 시중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일반인도 200여 개에 달하는 채팅 앱과 인터넷, SNS 검색을 통해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원료 물질을 포함한 감기약 판매를 규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