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말 SK케미칼이 국산 백신을 출시하는 데다 내년에는 다국적 제약회사 GSK까지 가세해서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800억원 규모로 다국적 제약사 MSD가 독식해왔다. 오랜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800억 대상포진 백신시장 MSD ·GSK·SK케미칼 3파전
◆SK케미칼·GSK·MSD 3파전

GSK는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내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하고 한국에 들여올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GSK는 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SK케미칼이 식약처에서 스카이조스터의 품목 허가를 받고 오는 12월 시판을 앞두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허가받은 대상포진 백신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수입에 의존하던 대상포진 백신을 국산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어린 시절 수두를 일으킨 뒤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 나타나는 질병이다. 붉은 반점과 물집이 나타나고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접종 가격이 18만~20만원으로 비싼 편이어서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다가 최근 환자가 늘면서 예방 백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치열한 경쟁 예고

국내에서는 2013년 7월 출시된 MSD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한 대상포진 백신이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FDA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MSD는 10년간 축적한 임상데이터로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됐다는 점을 내세워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SK케미칼은 국산 백신으로 한국인에게 적합하다는 점과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 조스타박스와 비교해 안전성과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수입 백신과 비교해 생산, 물류비 등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GSK는 90% 이상의 높은 예방률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제품이 60~70%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GSK는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고안된 항원보강제를 결합한 백신”이라며 “예방 효과가 높고 효과가 4년의 추적연구 기간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시장 빠르게 커질 듯

GSK 싱그릭스는 바이러스를 죽은 형태로 넣은 사(死)백신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른 제품은 바이러스를 약화시킨 생(生)백신이다. 생백신은 독성이 강해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사람에게 투여할 수 없지만 사백신은 독성이 약하기 때문에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싱그릭스는 2회 접종해야돼 번거로울 수 있다. 경쟁 제품이 피부 아래 접종하는 피하주사지만 싱그릭스는 근육주사로 접종 시 통증이 크다는 것도 단점이다.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개발됐지만 의료진 판단에 따라 30~40대도 맞을 수 있다. 대상포진에 자주 걸리거나 신경통 등 합병증 위험이 높을 경우다. 업계는 잇단 신제품 출시로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가 1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백신 공급 부족이 해소되고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