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주가연계증권(ELS)보다 수익률은 다소 떨어지지만 원금 회수 가능성은 높은 리자드(lizard·도마뱀)형 ELS 발행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어섰다. 안정적인 금융투자 상품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다.

리자드형 ELS는 조기 상환 시점에 기초자산이 되는 주요 지수가 기준점을 밑돌더라도 큰 폭의 조정만 나타나지 않으면 원금과 함께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리자드라는 별명은 도마뱀이 막다른 길에 몰리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데서 따왔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5곳의 지난달 ELS 발행 건수 중 리자드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42.2%에 달했다. 840개 ELS 가운데 355개가 리자드형이었다. 지난 1월엔 신규 발행 ELS 610개 중에서 27.7%(169개)만 리자드형이었다.

발행 금액 측면에서도 추세는 비슷하다. 지난달 전체 발행액 3조8776억원 가운데 리자드형 ELS의 발행 금액은 1조5759억원(40.6%)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리자드형 ELS 발행 금액 비율은 24.6%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이 다소 떨어져도 좋으니 원금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안전형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리자드형 ELS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자드형 ELS는 설정 후 6개월이나 12개월이 지난 뒤 기초자산이 일정선(보통 기준가의 60~75%)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리자드형 ELS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투자자들의 불안감 때문이다. ELS의 핵심 기초자산 중 하나인 홍콩H지수(HSCEI)는 2015년 한때 14,000포인트를 넘었다가 지난해 2월 7000대로 반토막이 났다. 위안화 폭락 등의 여파였다. 이에 따라 상당수 ELS 투자자는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홍콩H지수가 11,000대까지 치고 올라와 상환 가능성이 커졌지만 투자 손실 우려는 아직 남아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지난 2분기 6조5361억원에서 3분기에 3조4299억원으로 급감했다.

증권사들이 ELS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초자산 수를 늘린 영향도 크다. 최근 출시된 ELS는 코스피200지수와 유로스톡스50, 닛케이225, S&P500 등 3~4개 기초자산으로 구성된다. 글로벌 증시가 순항하고 있지만 기초자산이 여러 개다 보니 어느 한 곳만 삐끗해도 투자금이 잠기게 되는 위험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리자드형 ELS는 단기간에 투자금을 돌려주고 다시 새로운 상품을 팔아 판매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한다”며 “이런 추세라면 리자드형 ELS 규모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