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맹견 vs 반려견
맹견(猛犬)에 의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려인 1000만’ 시대에 대형 맹견 키우기가 유행처럼 번지는 게 현실이다. 반려동물이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개는 인류 최초의 가축이다. 개를 길들인 것은 BC 1만년께다. 개의 조상은 늑대나 이리, 자칼로 추정된다. 그러나 두개골 치아 등에 차이가 있어, 별도 종(種)이라는 주장도 있다. 개는 세계 어디든 분포하고, 다양한 교배로 400종이 넘는다.

개는 친밀하지만 야생성이 남아 있다. 사나운 개는 맹수와 다름없다. 그래선지 신화에도 괴물개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각기 머리가 둘, 셋 달린 괴물개 오르트로스와 케르베로스가 대표적이다. 상체는 여인, 하체는 6마리 맹견인 스킬라, 오리온의 사냥개 라이라프스(‘큰 개’ 별자리)도 있다.

고대 이집트에선 개(또는 표범) 머리에 몸은 사람인 저승신 아누비스를 숭배했다. 노르딕 신화의 ‘가름(Garmr)’은 죽음의 여신이 기르는 개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 중 ‘바스커빌가의 개’와 ‘너도밤나무 숲’에는 맹견 공포가 묘사돼 있다. 물론 구조견 ‘올드 바리’, 아르헨티나 ‘카피탄’, ‘플랜더스의 개’ 등 충견(忠犬)에 얽힌 이야기가 훨씬 많기는 하다.

오래전부터 개의 야생성을 살려 사냥견, 경비견, 투견, 목양견(sheep dog) 등으로 널리 이용했다. 셰퍼드, 콜리 등도 목양견으로 키워졌다. 대표적 맹견인 마스티프는 켈트족의 개를 카이사르가 로마로 들여와 맹수와 겨루는 투견으로 키운 것이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투견이 금지되자 군용견, 경비견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복서, 그레이트데인, 도사견 등도 마스티프에서 유래했다.

불도그는 영국서 투견으로 만든 마스티프 교배종이다. ‘황소 잡는 개(bulldog)’란 이름답게 컸으나, 애완용으로 변하면서 크기가 작아졌다. 이번에 한일관 대표를 물어 사망케 한 개는 프렌치불도그다. 불도그 교배종으로, 평균 키가 30㎝로 작아 19세기 프랑스 귀부인들에게 인기였다.

백과사전을 보면 프렌치불도그는 “친근감을 주고 잘 짖지 않아 가정견으로 적합하다”고 나와 있다. 보기만 해도 두려운 핏불테리어도 “인내심 강한 순종적인 개”라고 소개돼 있다. 하지만 강아지 때 어떻게 교육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 된다.

지난해 사람이 개에게 물린 피해가 2000건이 넘었다. 주인에게 한없이 귀여운 반려견일지라도, 타인에겐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다. 주인의 관리의무와 처벌을 강화한 ‘맹견피해방지법’까지 발의돼 있다. 선진국에선 법으로 맹견의 반입·소유·판매를 금지하거나, 법원 허가 등 까다로운 규정을 둔 나라가 많다. 동물 보호가 인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지 않나.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