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성과를 사회에 실제 적용하자"… '사회실장' 외치는 일본 총장들
일본 나고야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명문 국립대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나고야대가 요즘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산학협력이다. 마쓰오 세이치 나고야대 총장은 이를 ‘사회실장(裝)’이란 일본식 용어로 표현했다. 기업과 협력해 대학의 지적 성과를 사회에 실제로 적용하자는 의미다.

미래상상기구와 학술연구산학연계추진본부(이하 산학연계본부)는 나고야대의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조직이다. 마쓰오 총장은 “그간의 산학연계는 교수와 기업이 공동연구를 하는 수준이었다”며 “교수가 그만두면 산학연계도 끊기는 일이 잦은 터라 이를 대학과 기업 간의 관계로 바꾸기 위해 꾸린 게 산학연계본부”라고 설명했다. 100여 명으로 구성된 총장 직속의 산학연계본부가 대학과 기업 간 협력 전체를 총괄하는 식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도 이 기구에서 이뤄진다.

나고야대의 최대 기업 파트너인 도요타도 산학협력을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했다. 도요타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 모빌리티(이동 수단) 연구를 나고야대와 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 전담 직원을 10여 명 두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모빌리티 연구는 미래상상기구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마쓰오 총장은 “미래상상기구에선 공학, 정보학, 환경학, 의학 등의 학제 간 연구가 이뤄지고 도요타뿐만 아니라 덴소, 후지쓰, 파나소닉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기업의 관계는 미국식 ‘산학일체’에 가깝다. 한 건물에서 공동연구를 하는 방식이다. 산학연계를 위한 특임강좌는 도요타가 교수 인건비를 대는 식으로 이뤄진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대학과 기업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부과학성 산하 기관인 JST(과학기술진흥사업단)가 COI(센터 오브 이노베이션)라는 프로젝트를 5년 전에 시작하면서 고령화 시대 모빌리티 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고베대가 중심이 돼 포트아일랜드에 조성한 신약 연구단지도 마찬가지 사례다. 고베시가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해 2012년 건설했다. 고베대뿐만 아니라 30여 개 제약사가 입주해 항체의약품을 개발 중이다. 연구비의 상당액은 경제산업성이 지원하고 있다.

마쓰오 총장은 “정부는 판만 깔고 대학과 기업 등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협력하는 식으로 산학연계 모델이 진화하고 있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학자는 기초연구의 성과를 내는 데 만족하는 분위기가 만연했지만 요즘은 (기초분야)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작업이 없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다케다 히로시 고베대 총장도 “최근 일본에선 초연결사회로 불리는 ‘소사이어티5.0’에 대비하기 위해 산학협력이 나라 전체의 중심 테마로 부상했다”며 “기업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어떻게 하면 대학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을지가 일본 대학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나고야·고베=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