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데는 지난 6개월의 구속과 재판에서 상당 부분 결백이 드러났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오해가 많다는 정황을 가장 잘 아는 재판부가 재구속을 결정한 데서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23일 시작된 박 전 대통령 재판은 구속기간 만기인 16일까지 총 80회 공판이 진행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장과 배치되는 사실이 적잖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의 검찰 진술 중 상당 부분이 재판 과정에서 부인된 점이다.

검찰은 정유라 씨 승마대회 입상 탈락과 관련해 최순실 씨의 청탁을 받고 박 전 대통령이 심판 비리 조사를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썼다. 이 문제를 구미에 맞게 처리하지 못한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을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 칭하며 좌천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좌천된 당사자인 진재수 전 문체부 과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쓴 자술서에서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한 건은 ‘태권도 대회 심판 비리’ 문제였으며, 승마와 무관하다고 진술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대한승마협회 비리 실태 조사도 정씨가 출전하지 않은 승마 대회 건이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검찰 공소장에서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를 구성하는 기본 전제로 활용된 박 전 전무 진술은 대부분 탄핵(증거효력 상실)됐다는 게 박 전 대통령 측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이나 삼성계열사 합병 등을 지원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도 반대 증언에 부딪혔다.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와대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어서 서운했다”고 법정 증언했다.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도 “안 전 수석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대통령의 관심사이니 잘 챙겨보라’고 말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태블릿PC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박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한 신혜원 씨는 최근 태블릿PC는 자신이 쓰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