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공통된 입장 정립해 북한 비핵화 압박해야"
라파랭 전 프랑스 총리 연합뉴스 인터뷰
"한·중, 사드 갈등 공동 목표 갖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 프랑스 시인이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보는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주 볼 것이 아니라 공통의 목표 지점을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장 피에르 라파랭(69) 전 프랑스 총리는 1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넥센테크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연합뉴스TV와 공동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의 사드 갈등 해결에 필요한 조언을 요청하자 이같이 대답했다.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2002∼2005년 총리를 지낸 라파랭은 프랑스의 대표적 중국통으로 이번에 한국과 중국,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 전문 제조업체인 넥센테크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라파랭 전 총리는 주변 국가와 갈등은 언제나 있을 수 있으며 전략적인 대화를 통해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자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는 지적에 "중국만이 꼭 그런 식으로 시장을 앞세워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뗐다.

라파랭은 "프랑스 기업이 이란에 진출했다는 이유로 미국에 물건을 팔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으며 중국뿐 아니라 (과거 프랑스와 미국의 관계가 악화했을 때) 미국 뉴욕에서 프랑스 와인을 하수구에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2008년 티베트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에서 반(反) 프랑스 정서가 확산해 프랑스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중국에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사례 등을 언급하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라파랭 전 총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나기도 했다.

라파랭은 "과거 이런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 프랑스는 중국, 미국과 탄탄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대화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안보 문제를 논의하고 정치적인 상황이 진정되면 경제도 따라 재개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중, 사드 갈등 공동 목표 갖고 대화로 해결해야"
라파랭 전 총리는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 발전을 위해 전 세계와 교역해야 한다"면서 "어느 한 곳의 시장이 닫히면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주변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라파랭 전 총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개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공통된 입장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이 지역(한반도)은 전쟁위기가 있고 국제적으로 불안한 곳이다"면서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중국 간 대화를 촉진해 양국이 공통 입장을 갖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파랭 전 총리는 "프랑스는 중국과 신뢰관계, 미국과 우호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양국 관계를 촉진해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며 프랑스가 한반도 비핵화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이달 중국의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 프랑스는 중국과 미국의 공통 입장을 정하도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은 고립돼 있지 않다"며 "전쟁 위험이 있다면 이는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으로 한국 국민에게 프랑스 국민의 연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