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잠정)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각각 1.64%, 3.06% 늘었다. 10조원에 육박하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4분기에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은 다른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과 맞물리며 증시 분위기도 호전시키고 있다.

올 3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실적 호조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북핵 위기 와중에도 코스피지수는 연일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2500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세수(稅收)도 호조다. 올 들어 8월까지 국세 수입은 189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조1000억원이 늘었다. 법인세는 4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조원 더 걷혔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빼면 얘기가 확 달라진다. 3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의 30%를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장사 650곳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8% 늘어났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뺄 경우 오히려 2조원 감소했다고 한다. 증시도 비슷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21% 정도이고 SK하이닉스까지 합하면 25~26%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빼면 주가가 2년 전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최근 경기 흐름은 회복세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소비와 투자가 모두 뒷걸음질했다. 설비투자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전 산업생산은 늘었지만 반도체를 빼면 마이너스다. 반도체 수출로 대변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경기 상황은 훨씬 나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3% 성장을 비교적 낙관하는 분위기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를 기대하고 있다. 주가 상승에도 고무된 듯하다. 하지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는 언제 수그러들지 모른다. 장기간 리더십 공백 상태인 삼성의 국제 신인도가 계속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우리 경제의 민낯을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