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명단이 발표된 11일,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39·사진)에게 소회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3차 면접은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정도라 사실상 이날 사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돈 없고 ‘빽’ 없는 평범한 서민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사시를 존치해야 한다”고 되풀이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문제적 인물’이다. 추석 연휴인 지난달 29일 서울 한강의 양화대교에 올라갔다. 사시 존치를 각 정당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며 고공시위를 벌였다. 사시를 올해까지만 선발하는 법 조항을 삭제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사시 체제를 병행하자는 것이었다.
작년 초까지 5~6년 동안 사시를 준비했던 그는 원래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 대표를 맡았다. 앞서 올 5월 대선 기간에는 대통령 후보들에게 사시 존치 공약 채택을 촉구하며 양화대교에 오른 적 있다.
이후 대입 정시 확대 주장까지 더해 지금의 공정사회국민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이 대표는 “수시와 로스쿨로 한국사회의 ‘현대판 음서제’ 세트가 완성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 단체는 2021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개편 논란 때 수능 절대평가를 강력 반대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가 보기엔 로스쿨과 수시가 ‘적폐’, 반면 사시와 정시는 ‘공정한 기회’를 상징한다. 고비용·고학력 구조가 진입장벽인 로스쿨의 우회 방편으로 사시를 남겨두고(사시 존치), 20%대로 떨어진 현행 정시 비율을 50~60%까지 끌어올리는(정시 확대) 내용의 두 법안을 이 대표는 ‘공정사회법’이란 별칭으로 불렀다.
두 차례 양화대교에 오른 그에게 손을 내민 곳은 자유한국당이었다. 대선 때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 대표가, 추석 연휴 때는 홍 대표의 위임을 받은 염동열 의원이 시위 현장을 찾아와 이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약속했다.
이 대표는 “특정한 정치 성향이나 지지 정당이 없는 중립적 단체인데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한국당과 손잡는 모양새가 됐다”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사시 존치와 정시 확대 법안 통과에 함께하도록 설득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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