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도 '화이트리스트' 관여정황…검찰, 전 기조실장 압수수색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자택과 퇴직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사무실, 구재태 전 경우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밖에도 경우회의 자회사인 경안흥업, 애국단체총협의회, 월드피스자유연합 사무실 등 모두 9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전산 자료, 개인 문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이 화이트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 간부와 경우회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검찰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보수단체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삼성·현대차·SK·LG 등 지원금을 조성하는 데 관련된 기업의 임원 등을 불러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지시·공모 여부를 파헤쳐 왔다.
또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여러 차례 불러 허 전 행정관 등의 요청으로 자금을 모금했으며, 대가성은 없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간부 등이 직접 대기업을 압박해 특정 단체에 거액의 돈을 제공하게 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화이트리스트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간부들에게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의 경우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국정원이 어버이연합 등 단체에 돈을 주고 박원순 시장 등 당시 야권 인물들을 견제하는 시위 등을 조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2014∼2015년 국정원장을 지낸 이병기 전 대통령실장은 올해 3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정원이 과거부터 업무와 연관이 있는 탈북자단체 등에 대한 일부 지원을 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삼성서울병원 감사 청구가 논의되던 시기에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만나 감사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경우회 역시 구재태 전 회장의 주도로 관제데모 등 불법 정치관여 활동을 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단체다.
구 전 회장은 2014∼2015년 경우회 주최 집회에 동원된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아르바이트비 명목으로 경우회 돈을 준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검찰은 경우회가 다른 보수단체를 지원하거나, 정치활동 과정에서 전경련 등의 지원을 받은 정황 등을 추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고동욱 이보배 기자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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