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다. 외국인은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82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2390선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를 단숨에 2430선으로 밀어올렸다. 북한 리스크(위험)가 불거진 지난 7월 이후 줄곧 순매도 기조를 이어오던 외국인이 4년1개월 만에 최대 순매수 기록을 세우자 코스피가 다시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일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북한의 도발 우려가 남아 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경기회복 흐름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가 불안을 떨쳐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글로벌 훈풍 타고 '점프'…사상최고치 경신 나선다
◆외국인, 대형 IT株 쓸어담아

코스피지수는 이날 39.34포인트(1.64%) 오른 2433.81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2451.53, 7월24일)에 불과 17.72포인트만 남겨놨다. 올 상반기 증시를 주도했던 정보기술(IT) 업종의 강세(3.27%)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철강·금속(2.21%) 증권(2.02%) 은행(1.82%) 기계(1.61%) 등도 상승세였다. 반면 전기가스업(-2.01%) 건설업(-0.91%) 음식료품(-0.17%) 등 내수주는 부진해 업종별로 온도차가 컸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5.1%를 차지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2.96%, 7.00% 오르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819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들 두 종목을 사들이는 데만 약 3400억원을 썼다. 원익IPS(3.81%) 에스에프에이(3.14%) 테스(3.14%) 등 코스닥시장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반도체 메모리값 강세에 힘입어 연휴 기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4.1% 오른 것을 비롯해 인텔(4.7%) 엔비디아(3.7%) 퀄컴(2.0%) 등 주요 IT주가 강세를 보인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IT업종의 실적 추정치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IT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양호한 경기지표를 발표한 뒤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금융주의 전망도 밝아졌다. 이날 KB금융(3.21%) 하나금융지주(4.54%) 기업은행(2.43%) 등 주요 금융주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와 금융, 철강, 화학 등 일부 경기민감주의 상승 모멘텀이 워낙 강해 나머지 종목은 소외되고 있다”며 “당분간 주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 도발 여부가 변수”

이날이 북한 노동당 창건일이었지만 우려했던 북한의 추가 도발은 없었다. 북한이 잠잠하자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주목했다. 연휴 기간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지수 상승, 채권과 금가격 하락,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안전자산보다 위험자산의 선호도가 높았다.

미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데 힘입어 다우산업지수는 지난 2일부터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과 유럽의 제조업지수도 나란히 지난달보다 개선됐다. 한국 증시를 추종하는 미국의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ETF’는 연휴 기간 1.69%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상승폭(1.64%)과 거의 같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달 한국의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시장 영향력이 큰 수출 대형주들의 전망도 밝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의 도발 여부에 따라 외국인의 투자심리와 코스피지수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도발만 없다면 코스피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