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CS)가 올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기업 인수합병(M&A) 재무자문 분야 1위를 수성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일PwC는 각각 법률자문과 회계자문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주식발행시장(ECM)에서는 NH투자증권이 1위에 올랐고 삼성증권이 약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채권발행시장(DCM)에서는 전통의 강호 KB증권이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도시바 딜 자문한 CS, 3분기에도 ‘순항’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CS는 올 들어 3분기까지 18조3899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M&A 재무자문 분야 선두를 지켰다. 올해 아시아 지역 최대 ‘빅 딜’로 꼽히는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의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 거래에서 컨소시엄의 인수 자문을 맡아 단일 건으로 16조8418억원(도시바 재투자 등 일본 기업 투자분 제외)의 실적을 추가했다. 바이아웃(경영권 매매)은 아니지만 아시아 최대 물류창고 개발·운영업체 ESR 지분 11%를 (주)SK가 3720억원에 인수하는 거래에서도 SK 측을 자문해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의 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의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함께 자문한 모건스탠리도 이 건으로 16조8418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2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자문 실적이 없던 노무라증권은 베인캐피털-골드만SSG컨소시엄이 지난해 인수한 카버코리아를 지난달 영국 유니레버에 3조600억원에 깜짝 매각한 거래를 자문해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M&A 법률자문에서는 29조6402억원, 45건의 거래를 자문한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지난 분기에 이어 발표 기준 1위에 올랐다. 로펌 중 유일하게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자문에 참여해 경쟁 법무법인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지난 분기 4위였던 태평양은 7조542억원, 43건의 실적을 내면서 2위에 올랐다.

회계자문 분야에서는 삼일PwC가 5조675억원(25건)의 실사를 맡아 1위를 차지했다. 2분기 1위였던 삼정은 5조468억원(25건)으로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EY한영(3조7543억원·11건), 딜로이트안진(3조2869억원·15건)이 뒤를 이었다.

◆NH·한투·미래에셋 ECM 3강

ECM 부문은 NH투자증권이 선두를 달리고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뒤를 쫓는 3강 체제였다. 세 증권사 모두 3분기까지 ECM 대표주관 누적 실적이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0위권 밖이었던 삼성증권이 5위로 올라서며 주목을 받았다.

NH투자증권의 ECM 대표주관 실적은 1조8643억원(17건)이었다. 넷마블게임즈의 기업공개(IPO),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3분기까지 상위 5위권 ECM 딜(발행규모 기준) 중 3건을 대표로 주관했다. 2위인 한국투자증권은 1조4406억원의 실적을 냈다. 건수(20건)로는 1위다. 특히 유상증자 대표주관 실적으로 41%의 점유율(7241억원·6건)을 내며 경쟁사와 격차를 벌렸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7월에 상장한 셀트리온헬스케어 IPO를 주관하며 3위에 올랐다. 5위인 삼성증권은 ING생명보험 IPO, 일진머티리얼즈 유상증자 등에서 대표주관을 맡으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3805억원(9건)의 실적을 낸 신한금융투자는 6위에 올랐다. JP모간증권은 넷마블게임즈 IPO 대표주관 한 건으로 4위 자리를 꿰찼다.

IPO 부문에서는 NH투자증권이 1위에 올랐고 미래에셋대우가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대우는 모트렉스, 삼양옵틱스 등 중소형 IPO에서도 대표주관 실적을 쌓았다. IPO 분야에서 4위에 오른 한국투자증권은 펄어비스 IPO 등 총 12건의 IPO를 성사시키며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미래에셋, 한투 제치고 DCM 2위

DCM 부문에서는 KB증권이 대표주관과 전체주관 기준에서 모두 1위를 굳혔다. KB증권은 올 1~9월 총 313건, 12조9982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대표 주관했다. 2위인 미래에셋대우(221건·8조9096억원어치)와의 실적 격차를 4조원 이상 벌리며 시장점유율 19.44%를 기록했다.

채권 유형별로는 일반 회사채(SB) 부문에서 1위, 여신전문금융회사채(FB)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문 2위로 골고루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NH투자증권에 1위를 내줬던 SB 부문에서 1위를 탈환하며 종합 선두 자리를 확고히 했다. 현대증권과 합병 이후 늘어난 인력풀을 활용해 그동안 SB 발행이 없었던 LIG넥스원(1500억원), 한국콜마(1000억원), 롯데오토리스(500억원), 팜한농(2000억원) 등의 첫 회사채 발행을 성사시켰다.

미래에셋대우(221건·8조9096억원어치)와 한국투자증권(208건·8조4665억원어치)은 2위 경쟁을 치열하게 이어갔다. 상반기에 한투가 약 5000억원어치 격차로 앞선 2위였으나 3분기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가 약 4400억원의 격차로 한투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NH투자증권(109건·6조7258억원어치)과 SK증권(222건·6조3396억원어치)이 4, 5위를 차지했다.

FB 부문에선 미래에셋대우가 5조16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주선하며 KB증권(4조5765억원어치)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ABS 부문에선 1조5485억원어치 발행 실적을 쌓은 SK증권이 KB증권(8850억원어치)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정소람/이고운/서기열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