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다음달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취임 후 첫 순방길에서 미국 무역적자의 주 대상국인 한국·중국·일본 3개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내달 취임 첫 한·중·일 순방…트럼프, 연일 통상압박 포문
지난달 29일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3~14일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5개국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한·중·일 방문의 핵심 의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체제 구축이 될 전망이지만 통상문제 역시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부터 중국을 포함한 무역적자 상대국으로부터 미국 국민의 이익을 지켜내겠다고 공언해왔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NORC공공문제연구소와 AP통신이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그의 처지로 볼 때 지지율 제고용 반전 카드가 절실한 상황인데 한·중·일 3개국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다.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5023억달러·2016년 기준) 중 59%가 이들 3개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주요 경제부처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임박하자 통상 분야의 미국 측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지난달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방중길에 동행해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 중 중국이 보호주의 관행이 가장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전에 해결돼야 할 3대 과제로 △미국 기업에 대한 더 많은 시장 접근성 보장 △미국 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보호주의 무역 관행 근절을 제시했다.

소니 퍼듀 농무장관은 일본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는 지난 4일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유제품 등 분야에서 일본의 높은 관세율을 내리고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 보좌진에도 그렇게 조언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전후해 미국이 배기량과 중량 기준인 일본의 자동차세 구조에 관해서도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