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트코인 거래 세계 1위…스위스, 가상화폐 발행사 '금고' 역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상화폐 전쟁, 누가 웃을까
가상화폐 글로벌 허브 되자…먼저 뛰는 국가들
일본 "가상화폐 활용한 핀테크가 신성장 동력"
홍콩·싱가포르는 블록체인 기업 유치 경쟁
지브롤터 등 조세피난처도 뛰어들어
가상화폐 글로벌 허브 되자…먼저 뛰는 국가들
일본 "가상화폐 활용한 핀테크가 신성장 동력"
홍콩·싱가포르는 블록체인 기업 유치 경쟁
지브롤터 등 조세피난처도 뛰어들어
가상화폐 투기 열풍을 우려해 중국과 한국이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은 것과 달리 일본은 가상화폐 투자 시장과 관련 핀테크(금융기술)산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월가 중심 세계 금융시장의 대항마로 부상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핀테크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싱가포르 호주 에스토니아 등도 적극적이다. 스위스 홍콩 지브롤터 등 주요 조세피난처도 가상화폐 투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가세했다.
◆법제화 서두른 일본
일본은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한 중국을 제치고 비트코인 거래 규모 기준 세계 1위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가상화폐 분석 기업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2일 24시간 거래량 기준, 일본 엔화의 시장 점유율은 56.87%로 미국 달러화(24.26%)와 원화(9.20%)를 압도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29일 ICO 금지를 발표하면서 원화 비중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올해 들어서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 위안화가 비트코인 시장의 93% 이상을 장악했다. 하지만 올초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이 급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시장을 억누르기보단 법제화를 통한 양성화에 나섰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가상화폐에 부과했던 8%의 소비세도 폐지했다. 지난달 29일엔 머니파트너스 코인(QUOINE) 비트플라이어 비트뱅크 SBI버추얼커런시 GMO코인 비트트레이드 BTC박스 비트포인트재팬 휘스코 테크뷰로 등 11개 가상화폐거래소를 공식 승인했다. 현재 17개 거래소를 추가로 심사 중이다. 거래 안정성을 확보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투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일본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포인트재팬의 오다 겐키 회장은 “일본 정부가 법 개정을 서두른 것은 법과 제도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가상화폐협회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하나의 핀테크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동
오랜 저금리와 저출산 여파로 성장 동력을 잃은 일본 금융권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핀테크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G,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일본 대형 은행이 앞다퉈 가상화폐 개발에 나섰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삼고 있다.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 것에 대비해 일본식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미즈호은행과 일본우체국은행 등은 엔화와 등가 교환이 가능한 가상화폐 ‘J코인’을 개발 중이다. SBI홀딩스도 독자적으로 ‘S코인’이란 가상화폐를 발행하기로 했고, 미쓰비시는 블록체인(분산화된 공공거래장부) 기반 ‘MUFG코인’을 개발하고 있다. 금융권이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 나선 것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지원과 계획이 뒷받침돼 있다.
일본 기업들도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최대 가전제품 매장인 빅카메라는 비트코인 결제서비스를 59개 점포에 도입했으며, 피치항공은 가상화폐로 항공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금융거래에서 현금 비중이 70%가 넘는 점이 가상화폐로의 전환에 유리한 지점이라고 보고 있다. 거대한 중재자(신용카드 회사)가 없기 때문에, 현금 대신 가상화폐를 교환 가치 수단으로 인정하기가 수월하다는 의미다.
◆스위스, ‘크립토밸리’로 변신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ICO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추크(Zug) 지역을 실리콘밸리에 빗댄 ‘크립토밸리(가상화폐지역)’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서 ICO로 토큰(디지털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블록체인 기술기업을 스위스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는 ICO로 조달한 자금을 보관하는 주요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 조세피난처인 스위스는 개인정보 보호, 낮은 세금, 친시장 환경, 법적 안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무거운 세금을 회피하려는 글로벌 자금이 홍콩 등 아시아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가상화폐 투자시장 선점으로 글로벌 자금을 유인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른 조세피난처도 가상화폐 투자금을 잡기 위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인구 3만 명의 지브롤터는 ICO를 유치하기 위해 2018년 초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맨섬, 케이맨제도 역시 ICO 허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핀테크 금융허브 경쟁도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도 가세했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개인간(P2P) 금융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인 ‘R3’에 합류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핀테크 허브’로 방향을 잡고,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며 가상화폐 관련 블록체인 기술기업 유치에 나섰다. 미국 가상화폐 기업인 리플은 지난달 26일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열기로 결정했다.
가상화폐에 이중 세금을 부과해 온 호주 정부는 지난달 14일 가상화폐 매입 시 면세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벤처 강국으로 변신에 성공한 에스토니아는 지난 8월 말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상화폐 ‘에스트코인’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금융, 유통,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핀테크 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싱가포르 호주 에스토니아 등도 적극적이다. 스위스 홍콩 지브롤터 등 주요 조세피난처도 가상화폐 투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가세했다.
◆법제화 서두른 일본
일본은 가상화폐로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한 중국을 제치고 비트코인 거래 규모 기준 세계 1위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가상화폐 분석 기업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2일 24시간 거래량 기준, 일본 엔화의 시장 점유율은 56.87%로 미국 달러화(24.26%)와 원화(9.20%)를 압도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29일 ICO 금지를 발표하면서 원화 비중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올해 들어서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 위안화가 비트코인 시장의 93% 이상을 장악했다. 하지만 올초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이 급증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시장을 억누르기보단 법제화를 통한 양성화에 나섰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화폐를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가상화폐에 부과했던 8%의 소비세도 폐지했다. 지난달 29일엔 머니파트너스 코인(QUOINE) 비트플라이어 비트뱅크 SBI버추얼커런시 GMO코인 비트트레이드 BTC박스 비트포인트재팬 휘스코 테크뷰로 등 11개 가상화폐거래소를 공식 승인했다. 현재 17개 거래소를 추가로 심사 중이다. 거래 안정성을 확보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투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일본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포인트재팬의 오다 겐키 회장은 “일본 정부가 법 개정을 서두른 것은 법과 제도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가상화폐협회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하나의 핀테크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동
오랜 저금리와 저출산 여파로 성장 동력을 잃은 일본 금융권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핀테크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G,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일본 대형 은행이 앞다퉈 가상화폐 개발에 나섰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삼고 있다. 알리페이 등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 것에 대비해 일본식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미즈호은행과 일본우체국은행 등은 엔화와 등가 교환이 가능한 가상화폐 ‘J코인’을 개발 중이다. SBI홀딩스도 독자적으로 ‘S코인’이란 가상화폐를 발행하기로 했고, 미쓰비시는 블록체인(분산화된 공공거래장부) 기반 ‘MUFG코인’을 개발하고 있다. 금융권이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 나선 것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지원과 계획이 뒷받침돼 있다.
일본 기업들도 가상화폐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일본 최대 가전제품 매장인 빅카메라는 비트코인 결제서비스를 59개 점포에 도입했으며, 피치항공은 가상화폐로 항공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금융거래에서 현금 비중이 70%가 넘는 점이 가상화폐로의 전환에 유리한 지점이라고 보고 있다. 거대한 중재자(신용카드 회사)가 없기 때문에, 현금 대신 가상화폐를 교환 가치 수단으로 인정하기가 수월하다는 의미다.
◆스위스, ‘크립토밸리’로 변신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ICO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추크(Zug) 지역을 실리콘밸리에 빗댄 ‘크립토밸리(가상화폐지역)’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서 ICO로 토큰(디지털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블록체인 기술기업을 스위스 정부가 보장하고 있다. 스위스는 ICO로 조달한 자금을 보관하는 주요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 조세피난처인 스위스는 개인정보 보호, 낮은 세금, 친시장 환경, 법적 안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무거운 세금을 회피하려는 글로벌 자금이 홍콩 등 아시아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가상화폐 투자시장 선점으로 글로벌 자금을 유인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른 조세피난처도 가상화폐 투자금을 잡기 위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인구 3만 명의 지브롤터는 ICO를 유치하기 위해 2018년 초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맨섬, 케이맨제도 역시 ICO 허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핀테크 금융허브 경쟁도
아시아 금융허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도 가세했다. 홍콩 증권거래소는 개인간(P2P) 금융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인 ‘R3’에 합류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핀테크 허브’로 방향을 잡고,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며 가상화폐 관련 블록체인 기술기업 유치에 나섰다. 미국 가상화폐 기업인 리플은 지난달 26일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열기로 결정했다.
가상화폐에 이중 세금을 부과해 온 호주 정부는 지난달 14일 가상화폐 매입 시 면세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벤처 강국으로 변신에 성공한 에스토니아는 지난 8월 말 중앙은행 차원에서 가상화폐 ‘에스트코인’을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블록체인 플랫폼이 금융, 유통,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