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예트백화점 설화수 매장에서 고객이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 민지혜 기자
라파예트백화점 설화수 매장에서 고객이 화장품을 발라보고 있다. 민지혜 기자
“세 코레엔?(C’est Coreenne?)”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라파예트백화점 1층 설화수 매장. 20대 직장인 멜리나 이클레프 씨는 가던 길을 멈추고 설화수 브로셔를 들어 보이며 한국 브랜드인지 물었다. 평소 쿠션이 어떤 화장품인지 궁금했다는 그는 퍼펙팅쿠션과 브라이트닝쿠션을 직접 발라보며 비교했다. 직원이 한방화장품의 특징을 설명하자 자음생크림과 윤조에센스 등 대표 제품의 향을 맡고 손등에 발랐다.

이클레프 씨는 “인삼이 몸에 좋은 천연재료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기능성 화장품으로 나와 있는지는 몰랐다”며 “향이 은은하고 색다른 데다 기능별로 다양한 제형으로 만들어져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라파예트에 문을 연 설화수는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한방화장품 브랜드다. 라파예트가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 단독 정식매장을 열어준 건 설화수가 처음이다. 시슬리와 랑콤, 디올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매장 사이에 자리 잡았다. 라파예트는 설화수에 매장을 내주기 위해 시슬리 매장을 절반 규모로 줄였다. 새로운 콘셉트의 고급 브랜드를 찾던 중에 K뷰티를 대표하는 한방화장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설화수 매장은 보자기와 도자기, 천연재료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이 매장엔 매일 200명 이상 방문하는데 절반이 프랑스인, 절반이 중국 중동 등의 관광객이다. 방문객의 절반 이상은 최소 1~2개씩 제품을 사간다. 5~6개씩 세트로 구입하는 관광객도 많다. 주말엔 300명 이상 몰려 4~5명의 직원이 모두 출근한다.

오렐리앙 바티스티니 매니저는 “아시아의 철학과 지혜를 담아 피부에 균형과 아름다움을 준다는 ‘홀리스틱 뷰티’ 콘셉트를 설명하면 대부분의 프랑스 여성들이 관심을 보인다”며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터키어 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들을 뽑은 것도 제품과 브랜드 콘셉트를 잘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세안 후 처음 바르는 윤조에센스와 제형을 가볍게 만든 자음생크림 라이트 등이다. 바티스티니 매니저는 “슬리핑 마스크, 쿠션 같은 독특한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다”며 “35~45세는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을, 25~35세는 쿠션과 설안팩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국내 단일 화장품 브랜드 최초로 연매출 1조원(2015년)을 돌파한 설화수를 앞세워 유럽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1988년 ‘순’이라는 향 없는 화장품으로 프랑스 판매에 나섰다가 철수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엔 천연재료와 독특한 향을 가진 고급 화장품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파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