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인세율 20%로 확 낮춘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법인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20%로 내리는 파격적인 감세안을 발표했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후 31년 만의 최대 감세다.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법인세율이 한국보다 낮아진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높이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를 방문해 “뒤떨어지고 복잡한 세제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이륙할 수 없다”며 아홉 쪽 분량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공화당과 협의를 거친 안이다.

애초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했으나 20%로 내리기로 했다. 기업이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을 미국으로 들여오면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해외에 남겨놓은 수익은 한 차례 세금을 내도록 했다. 그동안 개인소득세를 적용받아 온 자영업자와 유한회사 등 이른바 ‘패스스루’ 사업체에도 최고 세율을 25%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낮춘다. 개인소득세는 7단계로 나뉜 과세 구간을 3단계로 단순화한다. 최고 세율도 39.6%에서 35.0%로 인하한다. 상속세는 아예 폐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자와 기부금 공제를 제외한 공제를 모두 폐지하되 표준공제액은 1인당 1만2000달러(부부 2만4000달러)로 기존보다 두 배 늘리기로 했다.

주(州)세, 지방세에 대한 공제도 폐지해 주세 등이 많은 뉴욕 캘리포니아 등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주) 납세자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율에 대해 “처음부터 내 목표는 20%였다”며 “20%에 도달하기 위해 15%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감세안이 부자에게 혜택을 주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부유층에는 거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노동자 계층을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공화당 내 보수파 하원의원들의 모임인 ‘하우스 프리덤 코커스’는 “세법을 단순화해 노동자들이 더 많은 소득을 지킬 수 있게 했으며 미국의 기업 경쟁력도 높이게 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감세 효과와 관련해 2011년 주법인세를 단순화하고 세율도 7% 이상에서 6%로 내린 미시간주의 경우 러스트벨트(미 북동부 5대 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5개 주 가운데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2%가량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 위원회(CRFB)’는 이번 개편안으로 10년간 5조8000억달러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3조6000억달러는 경제 활성화에 따른 세입 증가로 충당하겠지만, 2조2000억달러는 부채로 메워야 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은 10월, 상원은 연말까지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고 반발해 진통이 예상된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감세안은 1년에 50만달러 이상 벌어들이는 최상위 계층에는 횡재를 안겨주지만 중산층엔 부스러기만 남겨준다”며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를 위한 개편안”이라고 비판했다. 국가부채가 20조달러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연방정부 재정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한국은 일본(23.3%), 영국(20%), 독일(15%)뿐 아니라 미국에 비해서도 법인세가 높아진다. 기업들이 국내보다 해외 투자를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