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 관계에서 이란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이란을 ‘불량국가’로 지목하자 이란은 보란듯이 탄도미사일을 쏴올렸다. 이어 양국 정상이 서로를 비판하며 설전을 벌였다.

북한과 비슷한 대응을 보인 이란이 미국 입장에선 다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북한 상대로 말폭탄 전쟁을 벌이던 미국의 관심이 이란으로 분산되면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이란을 상대로 미국과 북한의 설전을 말려달라고 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북한에 미국과 갈등을 중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이란은 북한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로, 현 북한 정권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은 핵 프로그램 개발로 미국과 대립 중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2015년 이란과 체결한 핵협상 폐기를 시사한 데 이어 21일에는 새로운 대북 독자 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반(反)이민 행정명령, 즉 미국으로의 입국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대상 국가 명단에 북한을 새롭게 추가했다. 베네수엘라, 차드도 새롭게 포함됐다. 기존 입국 제한 또는 금지 대상 6개국 중에서 수단을 제외하고 이란은 그대로 뒀다. 결과적으로 이란,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북한과 베네수엘라, 차드 등 8개국으로 확정됐다. 수정 발표된 여행금지 조치는 다음 달 18일부터 발효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란 관계도 냉랭해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3일(현지 시간) 신형 탄도미사일 ‘호람샤르’ 시험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22일 이란·이라크 전쟁 37주년 열병식에서 이 미사일을 공개했다. 호람샤르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2000㎞ 정도로, 이스라엘과 동유럽을 타격할 수 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이란을 불량 국가로 몰아 붙인 데 대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산 로하니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정치의 ‘신참 불량배(rogue newcomer)’”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이스라엘에 닿는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며 “이란은 북한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와 합의한 것과 다르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이란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 북한과 벌이고 있는 말폭탄 전쟁은 어떻게 될까. 일본 요청대로 이란이 북미관계의 중재자로 나설 수 있을까. 이란 변수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