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사 협력 정도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독일 노동시장의 개선 현황 및 현안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13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노사협력지수는 3.4로 135위에 머물렀다. WEF는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모여 세계경제 문제를 토론하는 민간회의체다. 노사협력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노르웨이(6.2)였고, 독일 5.1(25위), 미국 5.0(30위), 스페인 4.3(80위), 프랑스 3.9(110위)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0.1%로 독일(18.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일본(17.8%), 스페인(16.9%), 미국(10.8%)도 한국보다 높았다.

한은은 “유럽의 경제강국인 독일의 노사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은 노동시장 개선을 발판 삼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유로화 사용 국가보다 빠른 경제회복세를 나타냈다. 한은은 노동시장 개선을 뒷받침한 요인으로 실업자의 자발적인 구직노력 유도 등 근로자 취업동기 제고, 노사 간 협력 유지, 직업훈련 강화 등 3가지를 꼽았다.

특히 독일 노사관계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기업이 정리해고에 나서는 대신 노사 간 협상을 통해 조업단축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독일은 주요국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지만 노사협력이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에선 조업단축제도 참가자가 130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실업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숙련노동자의 이탈 방지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독일 실업률은 2010년 7.0%에서 지난해 4.1%로 낮아졌다.

다만 한은은 독일 노동시장의 과제로 노동생산성 개선 부진, 소득격차 확대, 이민자 급증을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이런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 최저임금제 도입, 이민자 지위 개선 등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 독일처럼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인데다 소득격차 확대, 인구고령화 문제 등을 공유하고 있다”며 “한국도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분야의 투자 확대, 취약계층 소득 개선, 이민노동력 활용 제고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