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8’의 두께는 7.3㎜다. 슬림한 디자인에 얼굴인식과 증강현실(AR) 같은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이렇게 얇은 고성능 스마트폰을 제작하려면 작은 사이즈의 메인보드와 플렉시블인쇄회로기판(FPC)이 필수적이다. 아이폰8 FPC에는 일본 미쓰이금속이 공급하는 금속동박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이금속은 ‘귀하신 몸’이다.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액정TV 등의 회로판에 사용되는 초박형 동박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른다. 지난해 4363억엔(약 4조4192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현에 있는 미쓰이금속 기타가타공장이 멈춰 서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임원을 현지에 급파해 제품공급 상황을 챙겼다.

일본엔 미쓰이금속처럼 부품·소재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 ‘온리원(only one)’ 기업이 많다. 도호쿠전자산업은 반딧불빛 1만분의 1 밝기로 물질의 열화 정도를 측정하는 업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극미약 발광 계측장치’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100%에 육박한다.

‘온리원’ 기업들은 대부분 절삭, 연마, 결합 등 기초분야의 기본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리원 기업들이 산업 트렌드에 맞게 기술을 응용해 나가면서 일본 경제 부활의 발판 노릇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