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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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머티리얼즈, 후성 등 올 들어 주가가 두 배 안팎 급등한 주요 전기차 소재·장비주들이 지난주 들어 10% 이상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크게 커질 것이란 기대감에 승승장구했지만 기관 등의 차익실현 움직임에 덜미를 잡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에 비해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당분간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흘러 나온다.
방전됐나 vs 충전중인가…전기차주 '급브레이크'
◆원자재 가격상승 부담 커져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900원(7.73%) 하락한 3만4600원에 마감했다. 2차전지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일렉포일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올초부터 8개월간 192.83% 상승했다. 하지만 이달 중순 이후 하락세를 보이더니 지난주에만 16.93% 폭락했다.

다른 전기차 관련 소재주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용 음극재 생산업체 포스코켐텍은 올초 이후 약 175%(8월 말 기준) 상승했지만 지난주 12.36% 떨어졌다.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후성(-15.29%), 전기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업체 상아프론테크(-14.85%) 등도 지난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주가 급락은 기관 매도세 영향이 컸다. 지난주 기관들은 일진머티리얼즈(622억원 순매도), 후성(145억원), 포스코켐텍(143억원) 등의 종목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증권업계에선 대체적으로 전기차 관련주 급락장세를 단순 수급 이슈로 해석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관련주는 연초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업종”이라며 “바이오주 등 새로운 주도업종이 등장하면서 기관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기차주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코발트, 니켈 등 원자재가격이 오르고 있는 데다 충전 시설 등 인프라 부족으로 2차전지 생산업체들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현물 가격은 t당 1만580달러(22일 기준)로 8700달러대였던 지난 6월 초에 비해 약 20% 급등했다.

전기차 소재주들의 주가가 올초에 비해 큰 폭으로 뛰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의 주가수익비율(PER·12개월 선행 기준)은 31.31배에 이른다. 일본의 경쟁사 후루카와전기공업의 PER(19.45배)보다도 높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증설 없이는 매출 등 실적이 급성장하기 어렵다고 봤을 때 당분간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전기차 정책, 국내 업체 기회”

다만 중장기 전망이 밝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의견을 같이한다. 올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년 8%를 시작으로 2019년 10%, 2020년 12%까지 중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9~2021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출시가 집중 예정돼 있어 내년까지 부품업체 선정이 순차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에 지분율 100%의 단독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발표한 것도 호재다. 이에 따라 앞으로 테슬라와 같은 해외 전기차 업체들은 중국 현지 회사와 합작회사 설립을 하지 않아도 중국에 직접 진출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도 경우에 따라 해외 업체가 100% 지분 인수를 할 수도 있다”며 “중국의 개방적인 전기차 정책이 국내 전기차 관련 소재·부품업체들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