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오옴므' 출시한 송지오 디자이너 "고품질 남성복 수요 늘어날 것"
1993년 ‘지오&지아’로 데뷔한 송지오 디자이너(56·사진). 그는 국내 남성복 1세대 디자이너로 꼽힌다. ‘지오송지오’라는 브랜드로만 15년째 남성복을 만들었다. 올가을 그는 고가의 컨템포러리(현대적 감각의 준명품) 브랜드 ‘송지오옴므’를 내놨다. 송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테일러링(슈트 제작기법)과 통 넓은 독특한 패턴은 유지하되 좋은 소재와 수작업을 요하는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코트가 80만~100만원대, 재킷 70만원대로 ‘시스템옴므’와 비슷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 가격대 브랜드를 왜 내놨는지 궁금했다.

송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패션시장’이라고 하면 여성복을 의미했지만 이젠 남성복 시장도 성숙했다”며 “품격 있고 차별화된 옷을 찾는 남성들에게 창의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부터 한국 시장이 굉장히 트렌디하고 어느 나라보다 고품격 패션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리컬렉션에서 2006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신제품 패션쇼를 열고 있다. 지난해부턴 런던컬렉션에도 초청받았다.

그에게 ‘송지오옴므’는 ‘남성의 품위를 완성시켜 주는 옷’이다. “클래식하면서 독창적인 옷을 찾는 남성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것. 송지오옴므는 스케치, 그림 등 디자이너가 그린 패턴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평소 유화를 즐겨 그리는 그는 연필로 스케치한 모델의 런웨이 모습, 추상적인 그림들을 송지오옴므 디자인으로 담아냈다. 패션 브랜드가 ‘명품’으로 인정받으려면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송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한 디자인 등 독창성이야말로 진정한 명품 브랜드가 갖춰야 할 요소”라며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드는 명품 브랜드들은 엄청난 세공 과정은 물론 독창성과 스토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업성이나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켜내는 인내심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이기도 한 그는 젊고 촉망받는 신진 디자이너를 키우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예산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라며 “K패션의 독창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디자이너로서 또 연합회장으로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