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speaks at Saint Anselm College Monday, June 13, 2016, in Manchester, N.H. (AP Photo/Jim Cole)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Donald Trump speaks at Saint Anselm College Monday, June 13, 2016, in Manchester, N.H. (AP Photo/Jim Cole)
미국과 북한의 ‘별명 전쟁’이 한창이다. 양국이 상대국의 국가 수장을 별명으로 깎아내리며 말폭탄 전쟁을 더 심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포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열었다. 별명 짓기를 즐겨 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madman)’로 불렀다. 유엔 총회 연설에선 ‘로켓맨(Rocket Man)’이란 별명을 썼다.

김 위원장도 발끈했다. 지난 22일 사상 최초의 개인 명의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깡패’나 ‘불망나니’ 등으로 불렀다. 가장 수위가 높은 별명은 ‘늙다리 미치광이’였다. 김 위원장은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리겠다”고 했다.

이 별명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느냐도 관심이었다. 북한의 영어 성명에선 ‘노망난 늙은이’란 뜻의 단어 ‘dotard’가 사용됐다. CNN은 ‘dotard’란 단어가 최근 많이 쓰이지 않아 dotard의 의미를 검색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 따르면 dotard는 14세기 ‘천치(imbecile)’란 의미가 포함돼 사용됐다가 현재는 노화로 정신과 각성 수준이 퇴화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됐다.
핵전쟁에 맞먹는 북미 간 '별명 전쟁'
구글 번역기는 ‘늙다리 미치광이’를 ‘dotard’보다 좀더 알기 쉬운 ‘old man lunatic’ 즉, 늙은 정신병자(미치광이)로 표현했다.

리용호 북 외무상도 지원 사격을 했다. 리 외무상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과대망상과 자고자대가 겹친 정신이상자’(a mentally deranged person full of megalomania and complacency)로 불렀다. 별명 치고 너무 길다고 의식했는 지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아냥 거리는 말들을 소개했다. 미국인들마저 고통만을 불러온다고 ‘최고통 사령관’(Commander in Grief), ‘거짓말 왕초’(Lyin King), 악의 대통령이라는 의미의 ‘악통령’(President Evil) 등이었다.

미국과 북한의 별명 전쟁이 양국의 말폭탄 전쟁을 더욱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