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보수의 아이콘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평화론을 인용해 주목받았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막고 북핵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보수층 인사들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위기와 관련, 군사적 옵션보다 외교적·평화적·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같은 맥락에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보수의 상징인 레이건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 것은 또 다른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분석도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를 완화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를 언급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이건 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 그를 존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재임한 1980년대 초·중반 미(美)·소(蘇) 냉전으로 국제 분쟁 위기가 높았다는 점도 지금과 비슷하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고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평화’를 내세우는 등 강경한 정책을 밀고 나갔지만 결국 전쟁을 하지 않고 냉전을 종식시켰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