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이 하반기 조정장에서 저가 매수 전략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연말로 갈수록 연기금의 주식 매수 규모가 커질 전망이어서 연기금의 매수 종목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2300~2400선에서 횡보했던 지난달 이후 지난 1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10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6월 836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한 뒤 7월부터 ‘사자’로 돌아서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야구로 치면 8월 이후 연기금의 타율은 ‘9할’에 달했다.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 중 9개가 상승했고, 그중 8개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기금은 실적과 관계없이 북핵 위험으로 주가가 빠진 정보기술(IT)주를 집중 매입해 ‘장타’를 때려냈다.

연기금 순매수 1위인 LG전자(2301억원) 주가가 이 기간 35.6%나 올랐다. 삼성SDI(30.8%) 셀트리온(27.5%) SK하이닉스(20.7%) LG화학(20.4%) 카카오(12.9%) 삼성전자(7.65%) 등도 강세였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현대위아(-10.5%)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연기금은 지수가 흔들릴 때마다 KODEX200 TIGER200 KODEX레버리지 등 상장지수펀드(ETF)도 대규모로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연기금이 3조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일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하락장에 자금을 투입하는 연기금의 성격을 고려하면 안팎의 악재에도 코스피지수를 방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연기금의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인 19.2%를 적용하면 연말까지 3조5000억원가량의 매수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