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체혐형 축구 박물관 '풋볼팬타지움(팬, 판타지, 뮤지엄 ,스타디움)의 합성어)'을 아시나요. 지루한 축구 박물관을 체험형 테마파크처럼 탈바꿈시킨 곳이죠.

지난 4일 뉴스래빗이 풋볼팬타지움을 다녀왔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2018 브라질 월드컵) 진출의 벼랑 끝에 내몰렸던 때였죠. 팬과 함께 축구의 미래를 꿈꾸고 역사를 만나는 공간이라는 폿볼팬타지움의 의미가 조금은 묵직하게 다가왔답니다. 원래 이 곳은 한국축구 최고의 순간인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기억하는 기념관이었습니다.

#영상 래빗GO~ 풋볼팬타지움 체험기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풋볼팬타지움을 만들기 전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등의 축구박물관을 참고한 건 물론이고 국내 실정에 맞게 테마파크를 설계했다"고 했습니다.

체험형 축구 테마파크답게 풋볼팬타지움 내부에는 다양한 체험요소가 있죠. 특히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AR(Augumented reality, 증강현실)등 첨단 IT기술을 접목시킨 체험방식이 독특했습니다. 축구 가상 체험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HMD(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VR영상을 즐길 수 있는 장치)를 착용하고 골키퍼, 프리킥, 코너킥, 타켓 슈팅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센서 드리블, 동작 인식 페널티킥도 즐길 수 있죠.

뉴스래빗은 해외사례 비교를 위해 축구팬 최선택 씨(26)와 함께 풋볼팬타지움을 찾았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구장을 직접 가본 적 있죠.
[래빗GO] 박지성·이영표와 다시 만나는 5가지 IT 기술
#1. "막을 수 있는 건가요?" 골키퍼 체험

가상세계 속 골키퍼는 HMD 탓인지 처음엔 어지럽기도 했습니다. 가상세계 속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체험이 시작됐습니다. 사방으로 공이 날아오자 팔과 다리를 이용해 공을 막았지만 역부족이었죠. 100% 실제 상황처럼 느껴지진 않았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막춤'을 방불케하는 체험자의 움직임을 지켜 보고 있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죠.
[래빗GO] 박지성·이영표와 다시 만나는 5가지 IT 기술
#2. "운동 효과 좋다" 이젠 프리킥 체험

'공'과 '나'와의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아 좋습니다. 골키퍼 체험보다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여러번 시도했지만 공은 결국 허공에 맴돌았습니다. HMD를 쓰는 운동이지만 운동효과는 좋았습니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죠. 성공하지 못한 부끄러움도 한 몫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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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작 인식" 패널티킥

동작 인식 패널티킥 체험도 인상적입니다. VR체험과 다르게 실제 축구공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어색함이 크지 않습니다. 게임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크린에 보이는 가상의 골키퍼를 향해 슈팅을 하면 됩니다. 스크린 골프와 같죠. 이내 "쿵"하는 소리와 함께 스크린에 공이 닿았습니다. 화면 속 골키퍼가 넘어지며 공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화면엔 이미 골(Goal) 표시가 나타납니다. 반응속도가 약간 늦다는 게 아쉬워요.
[래빗GO] 박지성·이영표와 다시 만나는 5가지 IT 기술
#4. 센서 따라 무작위 드리블

센서 드리블도 이색적입니다. 바닥에 놓인 육각형 모양의 15개 센서에 무작위로 불이 켜지면 그쪽으로 드리블하면 됩니다. 불이 어디서 켜질 지 모르는 의외성이 매력이었죠. 테마파크 담당자는 "앞으로 선수카드를 제작해서 체험객들 기록을 비교하는 방법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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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지성-이영표 홀로그램

홀로그램(Hologram) 체험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박지성, 이영표 선수를 홀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죠. 특히 박지성 선수는 홀로그램 제작을 위해 직접 영국 현지로 찾아가 촬영했다고 합니다. 박지성은 지난해 영국에서 피파(FIFA) 마스터 코스를 공부한 바 있죠.

홀로그램 체험 방법은 간단합니다. 박지성, 이영표 두 명 중 한 명을 선택하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경기를 선택하라는 안내 표시가 뜨죠. 원하는 경기를 선택하면 내가 선택한 선수가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타나고 뒷편에는 경기 하이라이트가 보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입체 영상을 구현해야하는 홀로그램 특성 상 360도 모두 보여야 하는데 뒷부분은 보이지 않는 게 아쉽습니다.
체험을 함께 한 최선택 씨는 "유럽에서 경험한 경기장 투어와 비교했을 때 첨단 IT기술을 이용해 체험하는 게 가장 재미있었다"며 "체험장이 쉽고 재밌어 축구에 관심없는 관람객도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꼽았습니다.
"풋볼팬타지움을 경기장과 바로 연결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유럽에선 경기장 잔디 앞까지 체험 할 수 있게 해준다, 테마파크 체험과 경기장 투어를 병행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 6. 풋볼팬타지움의 '추억'

사실 풋볼팬타지움은 원래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관이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한국인에게 특별한 기억이죠. 지나고 보니 사람들을 그토록 열광한 스포츠 이벤트가 또 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추억이 된 지 오래죠.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내에 있지만 그 존재는 아는 아니, 찾는 이도 많지 않았죠. 풋볼팬타지움 관계자도 "고속버스를 타고 단체로 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5분 정도 스치고 지나가는 곳"이었다고 회상할 정도였으니까요.

지난 8월 3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이 0대 0으로 끝난 뒤 대표팀 주장 김영권 선수가 기자회견 도중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경기장 안에서 워낙 관중소리가 크다보니까 선수들과 소통하기 힘들었다."

안방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원하기 위해 모인 팬들의 함성소리는 소통을 방해하는 소음이냐라는 비난이 일었죠. 논란이 일자 김 선수는 해명을 했지만, 국가대표팀을 응원한 팬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죠.

축구에는 무관중 경기라는 징계가 있습니다. 무관중 경기는 말 그대로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죠. 가장 특별했지만 어느 새 잊혀진 2002년 한·일 월드컵 기념관의 교훈을 기억해야 합니다. 풋볼팬타지움이 다시 무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축구팬을 향한 대한축구협회와 축구선수들의 애정과 노력이 절실합니다 !.!
[래빗GO] 박지성·이영표와 다시 만나는 5가지 IT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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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 김민성,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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