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디스플레이·철강마저 흔들… 휴대폰도 중국 도전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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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적 긴급점검
하반기 주요 업종 전망
주요 산업 성장동력 약화
내수업종 등 101개 종목, 3분기 영업익 하향 조정
자동차, 사드보복 장기화로 판매 ↓
조선, 일감 절벽…실적악화 가속
건설, 8·2대책 직격탄…수주 급감
하반기 주요 업종 전망
주요 산업 성장동력 약화
내수업종 등 101개 종목, 3분기 영업익 하향 조정
자동차, 사드보복 장기화로 판매 ↓
조선, 일감 절벽…실적악화 가속
건설, 8·2대책 직격탄…수주 급감
하반기 국내 주요 산업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1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장사들의 분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이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외로운 선전’에 기반하고 있어서다. 내수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요 수출 업종인 휴대폰과 자동차는 고전하고 있다. 잘나가던 디스플레이·철강, 회복 조짐을 보이던 조선도 불안한 모습이다.
‘반도체 쏠림’ 갈수록 심화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81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48조9056억원이다. 예상대로라면 올 1분기(43조7393억원)와 2분기(43조9056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호황을 맞은 반도체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지나쳐서다. 올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52%, 4분기에는 40.2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업황의 출렁임에 따라 전체 기업 실적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며 “특정 기업이나 업종으로의 지나친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업종은 ‘나홀로 질주’ 중이지만 하반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는 업종도 늘고있다. 수치 비교가 가능한 166개 상장사 가운데 101곳의 3분기 영업이익이 두 달 전보다 하향 조정됐다. 기아자동차(-81.4%) 금호타이어(-78.5%) 현대모비스(-16.2%) 등 자동차 및 부품업종과 현대미포조선(-23.8%) 같은 조선업체, 아모레G(-30.2%) 롯데쇼핑(-24.8%) CJ CGV(-18.3%) 등 내수기업의 조정폭이 컸다.
전망과 다른 현장 분위기
반도체 외 하반기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은 휴대폰(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171.2% 예상)과 디스플레이(109.2%) 석유(68.1%) 화학(29.5%) 철강(13.4%) 등이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철강업의 영업환경도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휴대폰사업의 성장률은 둔화하는 추세다.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져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가 지속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판매량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20.8%로 2013년 32.3%에서 3년 만에 11.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점유율은 14.5%로 소폭(1%포인트) 떨어졌고 화웨이(9.8%) 오포(9.8%) 비보(7.8%) 등 중국 회사들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황 전망은 4분기(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하락률 37.0% 예상)로 갈수록 어두워진다. 상반기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하락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TV용 43인치 LCD 패널을 기준으로 지난 5월 152달러였던 LCD 패널값은 지난달 135달러로 11%가량 떨어졌다.
철강업계도 상반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데다 주요 거래처인 국내 조선·자동차 업체들의 불황 탓에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40달러 수준에서 올 들어 70달러까지 치솟았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포스코의 하반기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부진에 현대제철은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조선은 부진 장기화 우려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고전 중인 자동차업종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반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현대차의 상반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219만7689대로 전년 동기보다 8.2% 줄었다. 하반기엔 노조 파업과 통상임금 소송 등의 변수가 있어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전망이 반영되면서 지난 5월 16만원대였던 현대차 주가는 13만원대(11일 종가 13만5000원)로 내려앉았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그에 따른 충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며 “재고가 줄어든다는 신호가 확인돼야 주가가 반등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반짝 회복조짐을 보였던 조선업종은 2015~2016년의 ‘수주절벽’이 올 하반기부터 ‘일감절벽’으로 현실화하면서 실적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조선업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 주가는 최근 3개월간 23.72% 떨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절벽 영향으로 국내 조선 3사의 실적은 내년이 사상 최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규제에 발목 잡힌 건설·통신
건설과 통신은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주택 대출 및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가 핵심인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복지예산 증액을 위해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최대 20%까지 삭감한다는 소식에 건설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건설수주액은 9조79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6% 줄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20%→25%),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 이달 중순 이후 차례대로 시행될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불안해하고 있다. 통신비 인하는 통신 3사의 주력 사업인 이동통신 사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윤정현/노경목/안대규/박재원 기자 hit@hankyung.com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적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81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48조9056억원이다. 예상대로라면 올 1분기(43조7393억원)와 2분기(43조9056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호황을 맞은 반도체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지나쳐서다. 올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52%, 4분기에는 40.26%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업황의 출렁임에 따라 전체 기업 실적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며 “특정 기업이나 업종으로의 지나친 의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업종은 ‘나홀로 질주’ 중이지만 하반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는 업종도 늘고있다. 수치 비교가 가능한 166개 상장사 가운데 101곳의 3분기 영업이익이 두 달 전보다 하향 조정됐다. 기아자동차(-81.4%) 금호타이어(-78.5%) 현대모비스(-16.2%) 등 자동차 및 부품업종과 현대미포조선(-23.8%) 같은 조선업체, 아모레G(-30.2%) 롯데쇼핑(-24.8%) CJ CGV(-18.3%) 등 내수기업의 조정폭이 컸다.
전망과 다른 현장 분위기
반도체 외 하반기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은 휴대폰(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영업이익 증가율 171.2% 예상)과 디스플레이(109.2%) 석유(68.1%) 화학(29.5%) 철강(13.4%) 등이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철강업의 영업환경도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휴대폰사업의 성장률은 둔화하는 추세다.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져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가 지속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판매량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20.8%로 2013년 32.3%에서 3년 만에 11.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애플의 점유율은 14.5%로 소폭(1%포인트) 떨어졌고 화웨이(9.8%) 오포(9.8%) 비보(7.8%) 등 중국 회사들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황 전망은 4분기(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하락률 37.0% 예상)로 갈수록 어두워진다. 상반기 실적 호조를 이끌었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하락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TV용 43인치 LCD 패널을 기준으로 지난 5월 152달러였던 LCD 패널값은 지난달 135달러로 11%가량 떨어졌다.
철강업계도 상반기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데다 주요 거래처인 국내 조선·자동차 업체들의 불황 탓에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40달러 수준에서 올 들어 70달러까지 치솟았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익 구조를 다변화한 포스코의 하반기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부진에 현대제철은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조선은 부진 장기화 우려
중국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고전 중인 자동차업종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반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현대차의 상반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219만7689대로 전년 동기보다 8.2% 줄었다. 하반기엔 노조 파업과 통상임금 소송 등의 변수가 있어 실적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전망이 반영되면서 지난 5월 16만원대였던 현대차 주가는 13만원대(11일 종가 13만5000원)로 내려앉았다.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그에 따른 충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며 “재고가 줄어든다는 신호가 확인돼야 주가가 반등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반짝 회복조짐을 보였던 조선업종은 2015~2016년의 ‘수주절벽’이 올 하반기부터 ‘일감절벽’으로 현실화하면서 실적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조선업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 주가는 최근 3개월간 23.72% 떨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절벽 영향으로 국내 조선 3사의 실적은 내년이 사상 최악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규제에 발목 잡힌 건설·통신
건설과 통신은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주택 대출 및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가 핵심인 8·2 부동산 대책에 이어 복지예산 증액을 위해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최대 20%까지 삭감한다는 소식에 건설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건설수주액은 9조79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6% 줄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20%→25%), 취약계층 요금 감면 등 이달 중순 이후 차례대로 시행될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불안해하고 있다. 통신비 인하는 통신 3사의 주력 사업인 이동통신 사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윤정현/노경목/안대규/박재원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