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부동산 공급확대 가능성은 열어둬야
지난 8월 초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이은 후속 대책에 공급 부족 우려가 쏟아졌다. 몇 개월 전만 해도 공급 과잉과 부동산발(發) 가계부채가 문제였는데, 갑자기 공급 부족이라니 어안이 벙벙하다.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 대책에는 부정적 평가가 앞선다. 아직도 시장에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대책으로 애를 태운 기억이 떠오른다. 주택 공급과 투기 차단,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다.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구분하기 어렵고, 투기 수요가 전혀 없는 시장경제를 상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부동산 투기의 부작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조그만 틈새도 허용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의 투기 규제에 몰두하다가 후반에는 미분양, 중도금 미납, 미입주 등 침체 시장 대책에 매달렸다. 돌이켜 보면 투기 규제보다 침체 대응이 더 힘들었다.

투기 차단은 적시성이 중요하다. 지금은 낮은 금리와 저성장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는 반면 마땅한 대체 투자 수단이 없어서 부동산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설상가상으로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을 거두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때를 놓치면 호미 대신 가래로 막아야 할 시점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부동산 대책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이번 대책은 오피스텔, 재개발, 대출, 세제 등 모든 영역을 망라한 종합 대책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수도권 주택 보급률이 워낙 낮아서 재건축사업을 하려면 단지별로 착공 시기와 규모를 일일이 조정해야 했다. 잠실에서 대규모 재건축사업을 하면 강남 일대에 전세난이 발생하고, 입주 땐 역전세난이 가세했다. 그러나 동탄2 신도시를 건설한 뒤에는 수급에 여유가 생겼고, 그만큼 정책자유도도 커졌다. 지금은 종합감기약 처방보다는 병증에 맞는 특효약 처방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된다. 과잉 처방은 투기 수요뿐만 아니라 실수요까지도 억누르기 때문이다.

혹자는 보유세는 놔둔 채 양도세만 강화했기 때문에 계속 보유하는 다주택자에게는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한다. 높은 세금 때문에 보유하지도 팔지도 못한다면 거래 질서가 왜곡된다. 최상의 정책은 투기는 억제하면서도 시장에서의 주택 공급은 간단없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필자 판단으로는 현재 취한 조치만으로도 시장이 얼어붙지 않을까 우려된다. 수도꼭지를 꽉 틀어막으면 안전할 것 같지만 동파하기 쉬운 법이다. 또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건전성 규제 수단이 부동산 규제 수단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도 부담이다. 금융시장에 예기치 않게 부동산과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주택자라고 해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주택자는 자기가 사는 집 한 채 이외에는 임대든 매매든 시장에 내놓는다. 투기가 진정될 때는 미분양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는데, 이의 해결에는 다주택자가 요긴하다. 투기 목적의 다주택은 세제 등으로 적극 규제하되 임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강화해 임대사업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부동산 정책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급 확대 가능성은 항상 열어둬야 한다. 이것을 닫아두면 언젠가 규제를 풀 때 위험이 한꺼번에 닥친다. 일반 상품과 달리 집은 가격이 오르더라도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우선 기존 주택의 재고가 소진돼야 하고, 주택사업자가 최소한의 이익을 챙길 수 있을 때 신규 공급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가격 상승 시기와 공급가능 시점 간의 차이 때문에 투기가 일어난다. 집값보다 땅값, 건축비가 먼저 뛰면 공급이 더욱 지체되고 투기가 극성을 부린다. 공급 가능성을 열어둬야 투기 시차는 최소화되고 투기 이익 환수 위험은 극대화된다.

또 소득 증가와 함께 주택 선호도가 바뀌므로 공급도 이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보유세는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상관관계를 정밀 분석해서 적용 범위, 기준, 한계 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자사고, 특목고 폐지 등 교육 정책도 강남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노대래 < 법무법인 세종 고문·전 공정거래위원장 dlnoh@shink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