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채한도 증액 결정' 3개월 뒤로 미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고 민주당 지도부와 협의해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적용 유예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당분간 미국 정부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셧다운)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시장에 확산됐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양당 주요 인사와 만나 부채한도 적용 유예기간을 오는 12월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3개월안은 민주당이 제안한 것이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 등은 회의 직전까지 3개월 연장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6개월 혹은 12개월 연장을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민주당의 3개월 연장안에 합의했다.

미국의 정부부채 잔액은 지난 10여 년 사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19조8000억달러(약 2경2360조원)에 달한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의회에 오는 29일까지 부채 한도를 상향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정부 회계연도가 끝나는 30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부채한도 상향 혹은 예산안 통과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정부가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3월부터 공무원의 퇴직연금펀드 납부 기한을 연장하거나 외환안정기금, 정부연금펀드 재투자 중단 등의 조치를 통해 자금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임시변통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한정돼 있다.

두 마감시한이 공교롭게 겹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 위한 예산(약 16억달러)이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셧다운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지난 수주 동안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미국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시장 위기감이 커진 원인이다.

3개월 연장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미 국채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는(가격 상승) 등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미 다우지수는 0.25%, S&P500지수는 0.31%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연방정부의 셧다운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35%에서 15%로 낮춰 잡았다.

다만 3개월 연장안은 미봉책이다. 연말께 다시 양당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노무라증권은 미국 재무부의 현금이 고갈되는 시기를 내년 1분기 말로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